가계통신비 절감보다 비정상적 시장 조성 비판… 개정·폐지론 '활활'

시행 2년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회에서는 ‘분리공시’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단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에 소극적이던 정부도 지난달 단통법 개정론에 힘을 보탰다. ‘요금제에 따른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기준 고시’를 개정해 요금제에 따라 동일한 비율대로 지원금을 제공했던 방식 대신 저가요금제에서 고가요금제보다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 이에 20대 국회에서 단통법 개정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성북구 휴대폰판매점. /사진=뉴스1 DB
성북구 휴대폰판매점. /사진=뉴스1 DB

◆‘가계통신비 절감’ 목적 달성?
단통법은 2014년 10월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해 소비자 차별 행위를 없애고 가계통신비를 절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휴대폰을 구입하는 지점이나 경로에 상관없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일명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한 말)을 없앤다는 목적이 담겼다.

현행 단통법에선 방통위가 휴대폰 지원금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한다. 시행 초기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 한차례 개정으로 현재 33만원선이 유지되고 있다. 이 금액에서 유통점은 자체적으로 15% 내의 추가 지원금을 제공해 최대 37만9500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제 선택약정할인을 받는 방법도 있다. 앞서 12%였던 할인율이 20%로 상향조정됐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초기의 목적은 달성됐을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014년 15만400원이던 가계 통신비는 단통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14만7700원으로 감소했으며 올 2분기에는 14만6200원으로 줄었다. KTOA는 단통법에 대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법’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은 자체조사 결과 단통법으로 절약되는 가계통신비가 한달에 19원, 1년에 200~3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단통법보다는 국내 경기 위축 때문에 통신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전혀 없다는 것.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역시 “단통법으로 인한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는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단통법은 공무원이 기업의 통신비와 단말기 판촉비를 제한한 전세계 유례없는 ‘관치경제’다. 이는 시장경제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지난 2년간 국내 통신시장을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용산 휴대폰 전문매장. /사진=뉴스1 DB
용산 휴대폰 전문매장. /사진=뉴스1 DB

◆단통법이 바꿔놓은 통신시장
단통법이 바꾼 통신시장의 모습 첫번째는 선택약정 가입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선택약정 가입자는 지난 9월1일 기준 1000만명을 돌파했다. 단통법 시행 초기 1.5% 수준에 머물렀던 선택약정 가입자는 최근 단말기 신규 구매자의 26.5%로 늘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선택약정 선택자가 늘었다. 출고가는 높고 지원금은 적어 상대적으로 선택약정이 유리해서다.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경우 출시 초기 선택약정 가입비율이 70%에 달했다.

중저가폰 판매 증가도 단통법의 영향 중 하나다. 미래부에 따르면 2014년에는 50만원 이하 중저가폰이 15종 출시됐지만 올해는 7월 말 기준 43종의 중저가폰이 나왔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중저가폰의 점유율도 단통법 시행 전 16.2%였지만 올해 1분기 38.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높은 출고가와 낮은 지원금이 낳은 반사현상이다.

가장 큰 변화는 ‘번호이동’이 줄었다는 것이다. 2014년 월 평균 72만1177건을 기록했던 번호이동 건수는 올해 상반기 월 평균 59만7000건으로 12만건 이상 줄었다. 단통법 시행 전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번호이동을 유도했던 사례가 줄어들고 기기변경과 신규가입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져 이통사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무의미해진 것. 한 이통사 관계자는 “최근 이통3사간 휴대폰 가입자 점유율 경쟁이 무색해졌다”며 “신규고객 유치보단 장기고객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단통법, 개정이냐 폐지냐

이러한 시장 상황은 이통사간 지원금 경쟁을 감소시켜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에 득이 됐다. 단통법이 ‘단지 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법’의 줄임말이냐는 비아냥이 들릴 정도.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3조5980억원으로 2014년보다 87% 늘어난 반면 마케팅비는 8조8220억원에서 7조8669억원으로 11% 줄었다. 단통법 시행 전 고객 유치를 위해 소비된 마케팅 비용이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비 인하 등 고객의 혜택으로 책정되지 않고 통신사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단통법으로 기대했던 단말기 가격 거품이 꺼지지 않았고, 통신요금도 인하되지 않았다”며 “현행 단통법은 분리공시제가 도입되고 선택약정 할인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단통법 개정 논의가 뜨겁다. 현재까지 제안된 단통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선택약정 할인율 범위확대, 지원금 상한선 폐지, 분리공시제 등이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미래부 장관이 조정할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의 할인율을 상향 입법해 법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20%인 할인율을 30%로 조정하는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주장한다.

이밖에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년 일몰제로 시행돼 내년 10월1일 폐지되는 지원금 상한제의 폐지 시점을 6개월 앞당기고 분리공시제를 시행하자는 안을 내놨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것으로 각각 지원금을 얼마나 제공했는지 알 수 있어 지원금 경쟁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단통법 존속 자체를 강하게 비판한다. 법을 폐지하고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자율경쟁 행태로 정상적인 시장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것.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분리공시제나 선택약정 할인은 임시방편일 뿐 조기 일몰제를 앞당겨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올해 조기 일몰제 추진이 결정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