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진=임한별 기자
한진해운. /사진=임한별 기자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의 주가가 널뛴다. 하루에도 50%가량 등락하면서 투기판을 연상시킨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에 단기세력이 붙어 주가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또 한진해운 기업 자체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갈팡질팡 주가… 회생 가능성도 ‘우울’

지난달 30일 오후 1시30분 코스피시장에서 한진해운은 회생절차 신청설과 관련해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주권거래가 정지됐다. 오전 11시20분쯤 전날보다 18.65% 상승한 194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거래정지 전 24.16% 하락한 1240원으로 떨어졌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이날 오전 긴급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추가 지원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채권단은 4개월간 유지했던 자율협약을 지난 4일로 종료하고 한진해운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법정관리 신청 후 첫 거래일인 지난 5일 요동쳤다. 주당 870원으로 하한가 출발한 한진해운은 장중 17.74% 상승한 146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13.71% 빠진 채 장을 마감했다.

이후의 주가도 종잡을 수 없이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6일부터 3거래일간 하루 평균 변동성(고가-시가)은 20%를 훌쩍 넘어섰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한진해운의 주가 급등락 원인은 다수의 시장 참가자가 초단타매매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진해운의 거래량은 하루 평균 1000만~2000만주를 오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8000만주를 넘어섰고 다시 거래를 시작한 지난 5일부터는 1억6000만~2억3000만주의 폭발적인 거래량을 보였다. 한진해운의 전체 상장주식은 2억4526만주다.

한진해운의 종잡을 수 없는 주가 행보는 다른 종목에도 전이됐다. 흥아해운은 경쟁자인 한진해운이 기울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연일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8일에는 장중 17.83% 급등한 2775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당일 흥아해운 시초가보다 두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진그룹주도 투기자금의 단타매매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주가 방향은 엇갈렸다. 한진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후 20%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은 그룹사 리스크가 감소됐다는 분석에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노상원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며 대한항공 디스카운트 요인이 제거됐다”며 “항공여객 증가세가 지속되고 환율, 유가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아 영업환경은 매우 우호적이다. 이제 본업의 가치만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주의 주가의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금 지원 이슈에 따라 초단타매매를 하는 물량이 많아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한진해운의 남은 절차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그룹차원의 지원이 한진해운의 전면적 정상화가 아닌 ‘물류대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공해상에 묶인 한진해운 화물들이 항구에 내리지 못해 당장 2000억원이상의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의 나머지 연체된 상거래 채권(용선료, 장비 임차료, 유류비 등 약 4300억원)과 각종 금융차입금 (상반기 말 기준 4조9000억원)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유동성 지원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며 “다만 한진해운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난달 31일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 애널리스트는 “만약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면 이는 대한항공 주가에 부정적이며 그 정도는 지원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