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마음이 아플 정도로 (리콜에) 큰 금액이 든다. 하지만 금전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 품질, 고객 만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최대한 빠르게 신제품으로 교환해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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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9월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갤럭시노트7 관련 품질분석 결과를 설명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코앞의 이익보다 회사의 미래를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이달 초 삼성전자가 결정한 갤럭시노트7 리콜이 기업의 미래를 구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리콜을 통해 업계 안팎에서 꽤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미국경제주간지 포춘지는 "이번 리콜사태와 관련한 삼성의 빠른 대처로 기업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호평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리콜 결정이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물론 ‘발화폰’ 이미지를 없애야 한다는 과제가 남긴 했지만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잘 무마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리콜사례로 여겨진다.
고 사장과 삼성전자 수뇌부는 이번 리콜 결정 과정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라는 국내 넘버원 기업도 수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리콜을 쉽게 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일. 기업에게 리콜은 단순 제품 교환 여부를 떠나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 천문학적 비용과 '이미지 추락' 부담
기업들이 리콜을 망설이는 이유는 바로 ‘비용 부담’과 ‘이미지 추락’이다. 삼성전자는 비용을 포기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 이미지를 얻은 리콜에 성공한 몇 안되는 사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리콜 시 막대한 비용소진과 이미지 추락을 경험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은 전국민적인 모바일제품이기 때문에 리콜 여부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면서 “국민들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에서 리콜 결정을 내리는 기자회견 자체가 극적으로 보도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삼성 리콜사례는 극히 특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이 아니었다면 전제품 환불이라는 조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좋은 사례든 나쁜 사례든 리콜 자체를 경험하기 싫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기업들은 리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애쓴다. 심지어 결함을 알고도 묵인한다. 실제로 올해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코웨이는 결함발생 1년 전부터 이를 알고도 묵인한 케이스다.
코웨이는 1년 전부터 결함제품을 수거하며 '자체 리콜'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7월 니켈 검출이 알려졌고 코웨이의 기업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 관계자는 “국내에서 리콜은 제품 혹은 기업에 대한 사망판정이 될 수도 있다”면서 “물론 리콜사태를 극복한 기업이 있지만 천문학적인 회생비용과 노력이 든다는 점에서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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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4일 서울 중구 코웨이 본사 정문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사태 책임 회피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
◆ 리콜, '반감'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기업들이 무조건적인 리콜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 중에는 난립하는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 문제도 있다. 이번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초기에 사고사진이 인터넷에 돌 때도 삼성전자는 물론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의 장난질 정도로 치부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폭발사례가 빈번하자 삼성전자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리콜 확정 이후에도 블랙컨슈머의 허위신고로 몸살을 앓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과 관련, 보상금을 노린 허위신고사례가 총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와 해외에서 리콜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국내기업들이 리콜을 망설이는 주요 이유다. 국내 소비자들은 리콜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리콜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기업은 ‘나쁜 기업’, ‘제품을 못 만드는 기업’쯤으로 여긴다. 그렇다고 기업이 리콜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제품 결함이 터졌는데도 리콜을 망설이는 기업에게는 ‘뒷북기업’, ‘늑장대응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심할 경우 불매운동도 진행된다.
반면 리콜에 대한 해외의 인식은 조금 다르다. 리콜 자체에 큰 반감이 없다. 제품 결함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자보호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인다. 기업도 소비자의 유연한 사고에 부응해 리콜을 자주 시행한다. 제품에 아주 치명적인 악성물질이 함유되거나 도덕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이상 기업 이미지가 크게 반감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미국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가 삼성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이 39%나 나왔다. 또한 응답자의 36%는 ‘삼성의 신속한 대응으로 신뢰도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신뢰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13%, ‘크게 낮아졌다’는 11%에 그쳤다. 해외소비자들은 리콜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에서 리콜과 관련해 곤욕을 치른 기업은 이케아코리아다. 이케아는 북미지역에서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킨 ‘말름서랍장’을 국내에서 리콜조치를 취하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사실 이케아는 해외에 적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 비교적 리콜에 유연히 대처해왔다. 국내에서도 2014년 광명점 오픈 이후 7번의 리콜을 시행하며 적절한 대응을 선보였다. 하지만 유독 '말름서랍장' 사태에서는 국내소비자를 차별하는 듯한 리콜거부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한국제품안전협회 기업지원팀 관계자는 “기업은 제품 제조과정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낼 의무가 있지만 출시 후 지속적인 검증을 진행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의무”라면서 “소비자들이 리콜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기업들이 제품결함을 은폐하거나 리콜을 망설이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리콜에 대한 해외의 인식은 조금 다르다. 리콜 자체에 큰 반감이 없다. 제품 결함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자보호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인다. 기업도 소비자의 유연한 사고에 부응해 리콜을 자주 시행한다. 제품에 아주 치명적인 악성물질이 함유되거나 도덕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이상 기업 이미지가 크게 반감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미국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가 삼성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이 39%나 나왔다. 또한 응답자의 36%는 ‘삼성의 신속한 대응으로 신뢰도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신뢰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13%, ‘크게 낮아졌다’는 11%에 그쳤다. 해외소비자들은 리콜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에서 리콜과 관련해 곤욕을 치른 기업은 이케아코리아다. 이케아는 북미지역에서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킨 ‘말름서랍장’을 국내에서 리콜조치를 취하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사실 이케아는 해외에 적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 비교적 리콜에 유연히 대처해왔다. 국내에서도 2014년 광명점 오픈 이후 7번의 리콜을 시행하며 적절한 대응을 선보였다. 하지만 유독 '말름서랍장' 사태에서는 국내소비자를 차별하는 듯한 리콜거부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한국제품안전협회 기업지원팀 관계자는 “기업은 제품 제조과정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낼 의무가 있지만 출시 후 지속적인 검증을 진행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의무”라면서 “소비자들이 리콜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기업들이 제품결함을 은폐하거나 리콜을 망설이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