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치솟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고평가를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Fed의 기준금리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1120원대에 머물렀는데 금리동결 발표 이후 1103원대(9월22일)로 뚝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가치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그 반대현상이 나타난다. 지금처럼 원화가치가 치솟으면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 팔아야 할 한국의 수출품 달러화 표시가격이 올라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환율이 3~4% 내리면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전후의 변화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물론 환율이 미국의 금리정책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 건 아니다.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해 글로벌 불확실성 리스크가 터지면 언제든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

다만 미국 금리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점이 문제다. 만약 미국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면 한국에 투자한 해외투자자가 투자처를 우리나라에서 미국증시로 갈아탔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의 ‘팔자 코리아’ 현상이 나타나 주식시장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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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수입기업 호재… 수출기업 울상
원화가치가 오르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혜를 보는 곳은 단연 주식이다. 해외투자자가 미국 대신 한국에 몰리기 때문에 코스피시장 등의 주가가 뛸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12일 장중 1817.97까지 후퇴한 후 3월17일 장중 한때 2000선으로 회복했다. 당시 1245원으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1173원까지 내려오면서 달러 강세를 원화 강세로 바꿨다. 미국의 금리동결 이슈로 당분간 원화 강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식시장은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안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란 분석이다.


수입기업에도 호재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미국 등 달러로 거래하는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해외물건을 살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수입물가는 두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가 하락했다는 것은 수입원가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해외물건을 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시기엔 수입물가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7월 배럴당 42.53달러에서 8월 43.64달러로 2.6% 올랐음에도 전체 수입물가가 떨어졌다. 이밖에 원화가치가 오르면 해외로 떠나는 여행자가 늘어 항공이나 여행분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면 수출기업은 울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수출물가지수는 전달(78.89)보다 1.9% 하락한 77.41을 기록했다. 지난 1984년 12월(76.07) 이후 31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 이는 수출업체가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원화로 환산 시 전월보다 평균 1.9% 감소했음을 뜻한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출물가지수는 연말까지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미국 대선 이슈, 환율 패턴 바뀌나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 않다고 분석한다. 올해는 그동안의 패턴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연말로 미뤄졌지만 경제지표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서다. 나아가 미국은 연말 대선 이벤트가 겹친 상태다. 따라서 지금의 원화가치가 연말까지 계속 오르는 흐름은 제한적이며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의 흐름과는 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여기에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한차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가치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정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원화 강세의 특징은 과거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재료로 쓰이지 않는 점”이라며 “자동차분야의 경우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이번엔 예상보다 변화가 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대선이 다가오면 자국보호 무역을 강화하기 마련인데 이 이슈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원화가치가 얼마까지 치솟을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환율 전망을 내놨다. 기본적으로 환율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쏠림현상이 발생할 경우 무역적자든 무역흑자든 파장이 클 수 있어서다.

더구나 미국은 달러 강세를 원치 않는 상황이다. 달러화가치가 오르면 그나마 성장을 이어가는 실적지표에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한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쏠림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환율을 관리해야 하므로 계속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임태호 기업은행 WM사업부 선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거나 1240원을 웃돌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며 “당분간 1100원대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때 정부가 1240원대에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 마지노선을 이 수준으로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내년 이후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들어선다면 환율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임 선임연구원은 “내년부터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원화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 지금이 환 리스크 변동성에 대비할 장치를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