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 자동차 안전벨트·에어백·카시트 전문제조사인 타카타는 최근 인수자를 찾아 헤매는 지경에 처했다. 2008년 토요타의 미국 대량리콜을 시작으로 타카타의 에어백 리콜이 지속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리콜이 점차 확대돼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지분 60%를 보유한 창업자 가문은 경영권을 내놓고 리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회사를 물색 중이다.


전세계 에어백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건실한 기업이었던 타카타는 본격적인 리콜이 시작되며 적자일변도로 돌입했다. 2014회계연도에 296억엔의 순손실을 낸 타카타는 지난 회계연도에도 13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타카타는 전세계에 팔린 1억대 이상의 자동차에 에어백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 추산되는 비용은 적어도 11조원. 완성차업체가 비용을 분담한다 해도 자기자본이 1조5000억원 정도인 타카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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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한번에 글로벌기업 '휘청'
리콜(Recall, 결함시정)은 상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상의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상품의 제조사 또는 유통업자가 스스로 또는 정부의 명령에 의해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해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위해방지 조치를 취하는 소비자보호제도를 지칭한다. 소환수리제(召喚修理制) 또는 결함사전점검서비스제라고도 부른다.


자동차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적용되며 특히 자동차, 식품, 의약품, 축산물, 공산품 등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만큼 대부분의 국가가 별도 법률을 제정해 집중 관리한다. 리콜이 확정될 경우 기업 혹은 정부는 언론에 공표하고 소비자에게도 개별 연락을 취한다.


타카타의 에어백 리콜사태는 시장영향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타카타가 전세계 리콜 역사에 획을 그을 만큼 큰 충격을 준 이유는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한 비중 때문이다. 2014년 기준 타카타의 글로벌 에어백 점유율은 20%에 달했다.


이 때문에 타카타의 에어백 리콜은 비단 이 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반을 뒤흔들었다. 타카타의 에어백을 공급받아 완성차를 제작한 12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 역시 이 리콜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있다. 리콜에 따르는 부품개발 및 생산비는 타카타가 부담하지만 절반 이상의 차량에 이 회사의 에어백을 탑재한 완성차업체들은 공임비 및 리콜 광고비용 등 수많은 직접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브랜드 신뢰도 저하 등 리콜기업의 이미지 악화로 인해 발생하는 간접비용이다. 특히 타카타와 많은 거래를 하고 일부 주식을 소유했던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는 리콜로 인해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특히 최근 자동차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산품 제조업체들은 부품 단일화 등을 통해 원가절감을 도모하는데, 이런 상황이 심화되며 타카타를 능가하는 리콜사태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제공=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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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고 자발적인 리콜만이 살길
기업의 입장에서 리콜은 명백한 비용발생 원인이며 거대한 리스크다. 교체품을 생산하거나 수리하는 비용뿐 아니라 관리비, 품질검사 및 보증기간 재검토, 사후 만족도 조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직접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은 사례마다 천차만별이다. 현재까지 리콜의 사례를 분석했을 때 시장 영향력이 높을수록 비용이 크다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법칙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리콜을 피할 수는 없다. 기업들은 제품의 개발과정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만 모든 변수를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점이 빠를수록 리콜 비용이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품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놨더라도 재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하면 리콜 규모가 줄어들고 유통된 제품의 회수와 문제 해결의 비용도 감소하게 마련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리콜 비용뿐 아니라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한 배상금을 줄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리콜의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 결함제품에 대한 사후관리 능력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빠른 리콜결정과 함께 강조되는 것은 리콜의 자발성이다. 리콜은 시행 주체에 따라 자진리콜과 강제리콜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제품을 제조한 기업 스스로가 결함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을 말하고 후자는 정부의 시정조치 명령에 따른 것을 말한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미국의 마텔은 2007년 자사 장난감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되자 1억1000만달러를 투입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제품 회수에 나섰다. 대량리콜 사태 이후 바비인형은 판매량이 오히려 전년대비 6% 증가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리콜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

이는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2014년 10월 발간된 한국위기관리논집(10권 10호)에 실린 ‘리콜의 자발성 여부와 공개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와 구매의도’에 따르면 자동차·공산품·식품에 대해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유형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회사의 소비자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결함제품에 대한 자발적인 리콜은 소비자의 위험을 예방하는 노력으로 간주돼 제품의 신뢰도를 높인다”며 “강제리콜일 경우에도 리콜에 적극적으로 임할 경우 긍정적인 반향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