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그룹


올 하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타이어 인수전. 재계의 시선이 다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로 쏠린다.
매물로 나오는 주식은 채권단이 보유한 6636만9000주(지분율 42.1%)다. 9월 들어 1만1000원대에서 등락하는 금호타이어의 주가를 감안했을 때 단순 지분가치로만 730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소 1조원은 있어야 채권단이 보유한 전체 주식을 가져올 수 있을 전망이다.

◆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박 회장 개인은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현재 재무상태를 감안하면 일반적인 방법으론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에 들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유력한 인수후보에서 제외시키지 않는다.

이유는 박 회장이 가진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이다. 박 회장은 충분한 자금만 있다면 입찰 과정에 관계없이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가 바뀌어야 본입찰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현 시점에서 자금여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이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인수전은 지난해 진행된 금호산업 인수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매물 자체가 다르다. 국내사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금호산업과 달리 금호타이어는 글로벌기업이다. 금호타이어는 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에 위치한 9개 타이어 생산공장을 토대로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전세계 판매 네트워크를 갖췄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공장 설립을 제한하고 있어 중국 현지에 이미 공장을 보유한 금호타이어의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 


인수전을 흥행시키겠다는 채권단의 의지도 상당하다. 채권단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이 이 권한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우선매수청구권은 박 회장 개인에게만 있다. 그룹 자본을 동원하거나 다른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하려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선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그룹차원의 지원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사정을 살펴보면 그룹 차원에서도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회사 운영자금을 위해 오는 11월 16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두고 그룹차원의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아시아나의 차입금 규모를 생각하면 운영자금 마련이라는 아시아나 측의 설명에 무게가 실린다.

금호산업의 경우 그룹의 캐시카우로 통하는 만큼 다소의 현금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1조원을 감당할 수준은 못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산업의 지난 2분기말 기준 현금보유액은 2000억원 수준. 이 중 500여억원은 아시아나항공 대주주로서 유상증자에 투입될 전망이다.

◆ ‘금호홀딩스’ 주목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 회장 모두가 자금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인수주체가 누가 되더라도 ‘금호홀딩스’가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 터미널을 LBO(차입인수)방식으로 인수·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박 회장과 아들 박세창 사장이 각각 26.1%, 19.9%의 지분을 가졌고 박 회장 소유 아시아펀드(13.5%) 등을 포함해 오너일가가 69.6%의 지분을 보유했다.

만약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한다면 인수자금의 대부분이 나올 수 있는 창구는 금호홀딩스 지분을 담보로한 대출밖에 없다.

이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홀딩스의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룹 모태인 금호고속 인수가 그 시작이 될 전망이다.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자금을 이용해 금호고속을 인수합병하고 다른 방법들을 동원해 자신이 가진 금호홀딩스의 지분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추가적으로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 해도 박 회장이 안정적 지분을 소유한 금호홀딩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홀딩스가 포함된 컨소시엄이나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갈망하는 박 회장의 의지를 감안하면 세간에서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어떤 방법이 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