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내년 이후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연구기관과 주요 민간연구기관이 모두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암울한 미래를 바꿀 만한 마땅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최근 발간한 ‘2017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7%로 올해와 동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한국은 예외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경제전망기관들이 내년부터 세계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라는 진단이다.
대외무역환경 개선은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지만 글로벌 생산분업체계 변화, 주력산업 구조조정,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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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특히 내수는 민간소비가 경기적·구조적 요인 등으로 인해 취약해지는 추세여서 부진 탈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2.7%, 2.6%, 2.3%로 내다봤다.
내년 이후 전망도 대동소이하다. NABO는 최근 자료를 반영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정한 결과 앞으로 5년간(2016~2020)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이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이 자본과 생산성에 비해 낮아질 것이라는 게 NABO의 분석이다.
실제 정부가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고용확대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정부의 일자리사업 예산은 ‘14조원(2015년) → 15조8000억원(2016년) → 17조5000억원(2017년)’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여성 및 중·고령층, 일부 서비스업 중심의 비정규직 고용 확대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도 취업자수 증가세는 30여만명(1.1%↑)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청년(15∼29세)실업률은 올해 9.3%에서 내년에는 9.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는 통계기준이 바뀐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2년 7.5%였던 청년실업률은 2013년 8%, 2014년 9%, 2015년 9.2%로 매년 증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된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64%로 2007년에 비해 약 10%포인트 늘었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불안한 미래+가계부채’ 이중고에 민간소비 위축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구조적 요인은 미래소득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상승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가구의 평균소비성향(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은 71.5%로 2010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소득 불안과 노후대비 불안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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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00만원의 소득 중 각각 24만원과 30만원을 원리금을 갚는데 썼다는 의미다. 최근 6년간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8.8% 증가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92.7% 증가했다.
NABO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정부가 가계의 과도한 상환부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고 있어 원리금 상환부담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내년에는 수출 반등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 부진으로 3년 연속 2%대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답답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민간소비 증가세가 정체되는 가운데 지속되는 저성장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도 기대하는 만큼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