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이 지난 지금 IT기술은 다시 ‘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한다. 아이맥에 달렸던 유일한 선인 ‘전원 공급선’을 없애는 것이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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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통신, 전파 아닌 빛으로… 속도도 ‘업’
1998년 출시한 1세대 아이맥에 전원공급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등 주변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단자에 연결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단자를 USB로 만든 점이 혁신적이었지만 당시 기술로는 이 선을 없애지 못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별도의 모뎀선도 필요했다.
이후 이 선들은 진화를 거듭하며 사라졌다. 현재의 아이맥에도 USB와 헤드셋 등을 연결할 수 있는 포트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유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유저가 무선연결을 통해 선 없이 주변기기를 사용하고 와이파이에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 진화의 핵심에는 무선통신기술의 대명사가 된 ‘블루투스’와 ‘와이파이’(Wi-fi)가 있다. 이 두 방식의 공통점은 2.4G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것. 이 주파수 대역은 산업·과학·의료용기기들을 위해 할당돼 기본적인 규칙만 준수한다면 별도의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무선통신의 상용화를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다만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주파수대역대여서 혼선이 빈번하고 사용자가 조금만 몰려도 통신품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업계는 새로운 무선통신기술에 집중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이 가시광을 이용하는 이른바 ‘라이파이’(Li-fi)다. 지금까지 무선 네트워크기술은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했지만 라이파이는 가시광선, 즉 빛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LED 라이트의 깜빡거림을 이용해 2진수를 만드는 식으로 데이터를 변환, 전송하는데 이론상으로 와이파이보다 약 100배 빠른 초당 1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속도가 빠른 데다 주파수 혼선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여기에 어차피 조명으로 사용되는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장비의 소형화가 어렵고 빛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점 등 단점이 있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선 없애기’ 사활… 전력공급 연구도 시작
무선통신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전력공급’은 여전히 유선에 의지하고 있다.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통해 스마트폰 등 다양한 무선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자유를 잃어버린다.
사실 현재 무선충전기술은 일부 상용화됐다. 스마트폰업계에서 가장 활발한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S6부터 무선충전을 별도의 악세서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적용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무선충전기술은 전자기유도현상을 이용한 ‘자기유도방식’으로 전력전송효율이 높은 대신 근접거리에서만 전력전송이 가능하다. 사실상 충전패드와 접촉하듯 가까이 둬야만 충전이 돼 ‘무선’의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
현재 개발된 무선전력전송기술로는 자기유도 외에 자기장공명현상을 이용한 ‘자기공진방식’이 있는데 이론적으론 더 먼 거리까지 전력전송이 가능하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것은 전력전송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역시 오랫동안 자기공진형 무선충전기술을 연구해왔지만 아직 상용제품 적용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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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스가 개발한 자기공진방식 무선 충전기. /사진제공=맵스 |
자기공진방식을 최초로 적용한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출시될 전망이다. 한국의 반도체개발전문회사인 맵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생산하는 송수신칩이 탑재된다. 장구용 맵스 상무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기공진방식 칩을 개발했고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디자인인(제품적용을 위한 조율)됐다”며 “늦어도 내년 2분기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맵스의 제품은 현재 충전패드에서 7㎝가량 떨어져도 충전이 가능하다. 완전한 코드프리(Code-free)로 보긴 어렵지만 책상을 관통해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측면에서 편의성이 높아졌다. 장 상무는 “최근 대만에서 자기공진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무선충전 표준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자기유도와 자기공진 두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구현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자기유도방식 기술표준화 단체인 PMA와 자기공명방식 표준화에 앞선 평가를 받는 A4WP의 통합이 이 추세를 대변한다.
또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전기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역시 무선전력공급 연구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에너지 하베스팅이란 조명, 전파, 압력, 소음 등 그냥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전기로 바꿔 쓰는 기술을 말한다. 독일의 엔오션(Enocean)은 무선신호를 수집해 무선 스위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모듈을 개발했는데 이는 스위치뿐 아니라 웨어러블기기의 전력공급원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김영한 대한전기협회 선임연구원은 “무선전력전송 연구는 휴대기기용 무선충전뿐만 아니라 고출력용 전자제품 및 차량의 무선 전원 공급, 로봇, 의료분야 등에 다양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도전적으로 개발에 나설 경우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