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급락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펼친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난임수술비 지원을 확대하고 남성의 육아 휴직수당을 늘리는 등 저출산 관련 응급책을 내놨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2015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소폭 회복되더라도 가임기 여성 수가 줄어들면 인구감소 폭을 좁히기 힘들다. ‘인구절벽’을 앞둔 한국의 인구문제,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초고령화’ 일본 답습하는 한국

일본의 사회현상이 우리나라보다 20년가량 앞서 나타나는 경향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일본은 20년 전에 인구절벽을 맞았다. 이후 일본은 인구 마지노선을 정하고 모든 정책과 자원을 출산에 집중하는 대책을 뒤늦게나마 마련했다.

일본정부가 나서 국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세운 것은 1989년 ‘1.57 쇼크’ 때다. 합계출산율이 1.57명을 기록한 시기다. 하지만 이후로도 출산율 하락이 이어졌고 마침내 2010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불과 5년 만에 일본 전체 인구의 0.7%(100만명)가 줄었다. 유엔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 일본 인구가 8300만명대로 쪼그라들고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일본을 그대로 답습했다. 한국이 저출산 대책을 처음 마련한 계기는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진 ‘1.05 쇼크’였다. 468개 과제를 만들어 152조원을 썼지만 합계출산율은 1.2명대를 벗어나지 못했고 연간 출생아 수도 40만명대에서 고정됐다.

20년이 지난 현재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서서히 올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14년 1.42명에서 지난해 1.46명으로 0.04명 늘었다. 일본은 올해 희망출산율 1.8명을 달성하기 위해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에게 최대 18만엔(약 200만원)을 지급하는 ‘결혼 신생활 지원 사업비 보조금’을 마련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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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도 예외 아닌 스웨덴, ‘남성 육아휴직’ 활발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스웨덴은 2014년 기준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184만명으로 전체인구(970만명) 중 약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스웨덴은 인구변화와 함께 복지정책을 꾸준히 개발하고 개선했다.

스웨덴은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양육지원예산으로 할당해 각종 수당을 통한 경제적인 지원을 한다. 또 육아휴직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스웨덴은 육아휴직을 무려 480일간 쓸 수 있다. 이 중 390일 동안 임금의 80%가 보장된다. 출산간격을 줄이기 위해 2년 반 이내에 추가 출산한 경우 스피드프리미엄(speed premium) 제도를 적용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남성의 가사분담비율이 아주 높다.

여기에 더해 아동수당과 교육수당, 주택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원한다. 육아휴직급여의 임금 대체수준이 40%, 최고한도액은 100만원이고 자영업자·고용보험 미가입 근로자 등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크다. 스웨덴은 1990년 합계출산율이 2.14명이었다가 1999년 1.52명으로 급감한 이후 증가세로 반전됐고 2014년 1.91명으로 상승했다.

스웨덴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는 남편 바스테르고틀랜드 공작(다니엘 왕자)과 사이에 딸 하나를 뒀다. 올해 두살인 에스텔 공주는 태어난 첫해의 절반은 엄마, 나머지 기간은 아빠 손에서 컸다. 빅토리아 왕세녀는 출산 이후 6개월간 출산·육아휴가를 받아 왕세녀로서의 공식적인 대외업무를 중단한 채 에스텔 공주를 손수 키웠다. 이후 남편에게 ‘육아 배턴’을 넘겼다.

지난해 여름 다니엘 왕자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어렸을 때 내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휴직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언론은 “공주를 평범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왕세녀 부부가 스웨덴의 평범한 부부와 같은 육아방식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스웨덴은 출산율뿐만 아니라 여성고용률이 높아 여러 국가의 부러움을 산다. OECD가 발표한 출산율(2014년 기준)에 따르면 스웨덴의 15~64세 여성고용률이 74.1%로 55.8%인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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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국, 고수준 ‘양육지원예산’ 집행
프랑스도 GDP 대비 2.8% 수준의 양육지원예산을 집행한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했다. 세제혜택과 연금크레디트 등 간접적인 지원을 포함해 각종 양육수당이 지원된다. 2014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8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3년 1.66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보너스 기간에 시행한 강력한 가족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프랑스에서는 임신하면 출산준비비용 850유로(약 130만원)를 포함해 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 30여가지의 수당을 지원한다. 또 경제력과 무관하게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영국은 2001년 합계출산율 1.63명으로 최저점에 도달한 후 집권 노동당이 16세 미만 아동에게 보편적인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유급육아휴직 39주, 유급모성휴가 39주 등 고용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83명으로 상승했다. 영국은 2013년부터 육아수당 지급대상에서 소득 상위 15%를 제외하기로 했지만 첫 자녀의 경우 주당 20.3파운드(약 3만7000원), 둘째부터는 주당 13.4파운드(약 2만4000원)를 자녀가 19세가 될 때까지 지급하는 정책은 변함없이 시행한다.

이처럼 인구절벽 위기를 겪은 여러 선진국들은 현실적인 장려정책으로 저마다 고비를 넘겼다. OECD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이다. 이 중 대부분의 국가가 정책적으로 노력해 초저출산현상에서 탈피했다는 것은 인구절벽이 풀지 못할 숙제가 아님을 방증한다. 한국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