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주도 푸른 밤' 달릴 닛산 '리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모인 곳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37만여대의 차를 모두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부담없이 전기차를 체험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아 닛산 ‘리프’를 렌트해 시승했다. 그 결과 다가올 전기차 시대가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 독특한 외관, 얌전한 실내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해 차를 수령했다. T렌터카업체의 리프 렌트비용은 하루(24시간) 3만9000원, 내연기관차량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자차보험 비용이 다소 높다. 렌터카업체 관계자는 “차량 가격이 높아 자차보험 금액이 일반차량에 비해 높지만 연료비가 전혀 들지 않아 운행을 많이 하면 오히려 저렴할 수 있다”며 “새로운 차를 경험하고자 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선택한 전기차 ‘리프’는 전기차의 역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말 일본과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리프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이자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시승기] '제주도 푸른 밤' 달릴 닛산 '리프'


외관 디자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새롭게 한다. 전기차라면 뽐내기 마련인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닛산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을 주는 가운데 전면부는 ‘V’ 형태의 라인으로 닛산의 아이덴티티를 가미했다. 보닛 위로 돌출된 LED헤드라이트가 디자인의 핵심이다. 자칫 너무 튄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렌터카로 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리어스포일러에는 솔라패널이 설치됐는데 이를 통해 충전되는 전기는 USB나 차량 내부 조명 등에 사용된다.
독특한 디자인은 보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도어미러에 가해지는 공기의 흐름을 분산시켜 소음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는 게 닛산 측의 설명이다. 리프의 공기저항계수는 0.28Cd에 불과하다.


둥근 디자인을 통해 실내 공간을 조금 넓힌 것도 매력포인트다. 실제로 리프의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투싼·스포티지 수준의 무릎 공간이 제공된다. 신장 185㎝인 기자가 운전석을 맞춘 상태에서 후열좌석에 앉으면 무릎이 딱 맞는 정도다. 다만 후열 시트포지션이 다소 높아 헤드룸은 부족하다.

인테리어는 외관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전기차의 ‘첨단 느낌’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렌터카의 경우 하위트림인 S트림으로 제공되다 보니 빈 버튼들이 있고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조절도 수동방식이다.

다만 독특한 기어노브가 톡톡 튀는 차의 개성을 설명해준다. 조이스틱과 비슷한 느낌의 리프 기어노브는 D(드라이브), N(중립), B(회생제동), P(주차)로 구성됐는데, 토요타 프리우스에 적용된 것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도 몇번 만져보면 금새 익숙해진다.


/사진제공=한국닛산
/사진제공=한국닛산


◆ 진짜 매력은 달리는 맛
닛산 리프의 진짜 매력은 주행에 있다. 특히 제주의 도로에 최적화된 자동차다. 2박3일간 운전의 재미에 푹 빠져 제주도 곳곳을 누볐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에 발을 대자 '미끄러지듯' 나간다.


소음은 없지만 외부 스피커로 나즈막하게 기분 좋은 모터음을 발산한다. 이는 보행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인식시키기 위한 장치로, 조만간 모든 전기차에 장착이 의무화된다. 후진시에는 조금 더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흠칫 놀란다. 놀라운 가속능력 때문이다. 밟는 즉시 응답하는 느낌은 일반 내연기관차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다. 리프의 최대토크는 25.9kg·m인데 수치 자체도 나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이 토크가 항시 발휘된다는 것이다. 닛산 측은 리프의 가속능력이 V6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비등하다고 설명한다.

최고속도가 145㎞로 설정된 리프를 제주도에서 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도에는 사실 높은 속도로 주행할 만한 도로가 전무하다. 그렇다보니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주행감은 가속감이다. 마치 컴퓨터게임 속의 자동차처럼 100㎞이하 구간에서는 밟는 대로 속도가 올라가니 운전이 편하면서도 경쾌하다. 100㎞를 넘어서면 가속이 더디다.

기어를 회생제동(B)으로 설정하면 마치 엔진브레이크를 넣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엑셀을 밟지 않으면 빠르게 속도가 떨어지는데, 내리막에서 기어를 넣으면 충전이 되며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너링도 뛰어나다. 속도 감응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과 독립식 스트럿 서스펜션이 훌륭히 조화를 이뤄 신속한 반응과 안정성을 보인다. 가벼울 것이라고 여겼던 스티어링휠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날카롭다. 다소 둔해보이는 외관과 다르게 갑작스런 코너링에도 예민하고 자세가 흔들리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리프를 운전한다면 해안도로를 달릴 것을 추천한다.


[시승기] '제주도 푸른 밤' 달릴 닛산 '리프'


◆ 아쉬운 주행거리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단연 ‘주행거리’다. 현재 리프는 완전충전 시 트립상 주행거리가 132㎞다. 이 차가 처음 나온 당시에는 최고수준이었지만 현재 다른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제주도에선 큰 문제가 아니다. 충전인프라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생각없이 운행을 하다가 경고음이 들리면 그때부터 충전소를 찾아도 늦지 않다. 관광지 주차장에는 어김없이 충전기가 있다. 급속충전기에 20분 정도만 충전하면 80%까지 충전이 된다.

닛산 ‘리프’는 아이오닉과 같이 차데모 방식으로 충전한다. 국내에서 가장 일반화된 방식이다 보니 모든 충전기에서 지원되는 장점이있다. DC타입의 경우 지원되지 않는 곳이 더러 있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로 전기차를 이용할 경우 차량 내부에 비치된 회원카드로 무료충전을 할 수 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KEVC) 충전기와 환경부 충전기가 모두 사용 가능하다. 이를 통해 총 400기에 달하는 도내 충전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업체에서 제공한 지도에는 주요 관광지 위주로 88곳의 충전소가 표시됐는데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충전소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바쁘게 이동해야 하거나 악천후의 경우에는 잦은 충전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닛산은 최근 배터리 용량을 증대시켜 주행거리를 250㎞로 늘린 리프를 출시했지만 국내 도입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