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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파리모터쇼 포스터 /사진=파리모터쇼 조직위 제공 |
파리모터쇼는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다. 푸조-시트로엥, 르노 등 프랑스 자동차회사가 주축이 되며 독일과 이탈리아 등 여타 유럽회사나 북미, 아시아권 업체도 대거 참가하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축제다.
모터쇼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사회·문화·경제를 반영한다. 프랑스는 예술과 낭만, 실용을 추구하는 나라다. 파리모터쇼에선 다른 모터쇼와 달리 특유의 예술적 색채감각을 느낄 수 있고, 실용적이면서도 하나의 작품 같은 독특한 부스구성으로 차별화를 추구한다.
행사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19개 나라에서 230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10월1일부터 일반인 공개가 시작돼 16일까지 총 8개 전시관에서 새로 선보이는 140여종의 신차를 만날 수 있다. 다만 볼보, 포드,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은 올해 전시에 참가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 최고의 모터쇼로 꼽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IAA)와는 매해 번갈아가며 열린다. 짝수 해는 파리, 홀수 해는 프랑크푸르트라고 이해하면 된다. 물론 IAA는 짝수 해에 상용차박람회가 열리지만 성격이 달라 업계에선 겹치지 않는 걸로 본다.
◆더 멀리
최근 열린 모터쇼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과 ‘SUV'다. 파리모터쇼도 예외가 아니다. 더 멀리 가고 더 빠르면서 더 현실적인 차가 대거 출품됐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환경규제가 엄격한 편에 속한 데다 최근의 잇따른 디젤사태 여파로 업체들은 저마다 쌓아온 친환경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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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피리언스(CXperience) 컨셉트카 이미지 /사진=시트로엥 제공 |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된 시트로엥 CX피리언스(CXperience) 콘셉트카는 브랜드의 미래 디자인 비전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이 차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최고출력 300마력의 성능을 내며 전기만으로 약 60㎞를 주행한다. 편안한 승차감과 천연소재로 구성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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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 /사진=메르세데스 제공 |
쿠페형 전기 콘셉트카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Vision Mercedes Maybach 6)도 주목받는 모델 중 하나다. 길이가 6m에 달하며 메르세데스의 디자인 철학인 ‘감각적 순수미’(sensual purity)를 이어가면서 고전적인 감성을 재해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고출력은 740마력을 자랑하고 배터리는 차 바닥에 장착했다.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유럽기준)
BMW도 주행거리가 늘어난 i3(94Ah) 전기차를 내놨다. 밀도를 높인 배터리 덕에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300㎞로 늘어났다. 에어컨디셔너나 히터를 켜놓은 조건에서도 최대 200㎞를 달릴 수 있다.
Z.E 40 배터리를 장착한 르노 ‘조에(ZOE)’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 400㎞다. LG화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한 신형 배터리는 고밀도 에너지 리튬이온 기술을 적용, 유효에너지 41kWh를 자랑한다. 이는 기존 표준 배터리 (유효 에너지 22kWh) 저장용량의 두배에 달한다.
포르쉐는 파리모터쇼에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최고출력 330마력의 2.9-리터 V6가솔린 엔진과 100-kW의 전기모터가 힘을 합해 총 462마력의 시스템출력을 자랑한다. 최대토크는 무려 71.4 kg.m며, 전기모터로만 50㎞를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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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파리모터쇼서 VC-Turbo 엔진 기술 공개 /사진=인피니티 제공 |
인피니티는 새로운 엔진기술을 선보였다. VC-Turbo는 차의 주행조건과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최적 압축비가 바뀌는 기술이다. 필요에 따라 고성능을 발휘하는 8:1의 압축비부터 고효율을 제공하는 14:1 압축비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최고출력 272마력을 내는 이 엔진은 가솔린 6기통 엔진과 성능이 비슷하지만 효율은 훨씬 앞선다. 게다가 4기통이라 무게와 엔진룸 설계에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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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16 파리모터쇼 참가_RN30 /사진=현대차 제공 |
◆더 빠르게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RN30’는 신형 i30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380마력을 발휘하는 2.0ℓ급 터보엔진이 적용된 트랙전용 레이싱 콘셉트카다. 고출력 엔진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습식 DCT를 적용했다. 아울러 잦은 선회와 고속주행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을 적용했다. 주행 시 운전자가 운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며 운전자의 조작 실수의 위험을 줄이는 고성능 특화 기술들이 적용됐다.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기아차의 신형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유럽 감성을 입혔고 구형보다 낮고 넓고 강해졌다. 새로 적용된 1.0리터 T-GDI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ps), 최대토크 17.5kg·m의 성능을 낸다. 엔진 라인업은 1.2 MPI, 1.4 MPI 등 2종의 가솔린 엔진과 1.4 디젤엔진 등 총 4종이다.
페라리는 브랜드 최초로 8기통 터보엔진을 탑재한 4인승 모델 ‘GTC4루쏘 T’(GTC4Lusso T)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스포티한 성능과 여유로운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GT(Grand Tourer) 콘셉트로 개발됐다. 탑재된 3.9리터 8기통 트윈터보엔진은 8000rpm에서 6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3000rpm과 5250 rpm 사이에서 최대토크 77.5kg·m의 성능을 낸다. 디자인은 패스트백 모델을 재해석한 슈팅 브레이크 쿠페형 스타일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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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2 /사진=쌍용차 제공 |
◆더 크게
홈그라운드에서 데뷔한 푸조 3008은 SUV특성을 더한 풀체인지 모델이다. 구형보다 알찬 실내공간을 확보한 게 특징으로 길이가 4450㎜인 반면 휠베이스는 구형보다 62㎜늘어난 2675㎜다. 트렁크도 90ℓ 늘어났다. 매직시트라고 불리는 뒷좌석을 적용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PSA 그룹의 EMP2 플랫폼을 적용으로 실내 공간이 늘었음에도 차체중량은 100㎏이 줄었다.
쌍용자동차의 야심작 LIV-2(Limitless Interface Vehicle)도 모습을 드러냈다. 렉스턴 후속모델로 개발된 이 차는 프레임 차체 구조와 쌍용차 고유의 4WD 시스템이 만났다. 사람과 자동차의 유연하고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갖췄으며 남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표현한 SUV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렉서스의 ‘UX’ 콘셉트카는 앞으로의 브랜드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아울러 장인의 기술과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테리어를 통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담았다. 프랑스 니스에 본사를 둔 ED2(ED스퀘어, Toyota Europe Design Development)에서 디자인을 맡았고, 도시에서의 진보적인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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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제공 |
◆실현 가능한 기술에 관심 두면 재미 두 배
이번 파리모터쇼는 겉보기엔 미래지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꽤나 현실적인 행사다. 콘셉트카의 외형은 화려할지언정 그 안에 들어간 기술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곧 실현될 것들이다. 터무니없는 차가 아니라 조만간 우리 주변을 돌아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새로운 기술이 어떤 차종에 어떻게 적용될 지 상상하는 것도 모터쇼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