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자율주행차 반도체 시장 예측. /출처=마켓워치·JP모건
그래프. 자율주행차 반도체 시장 예측. /출처=마켓워치·JP모건
아이와 함께 외출을 준비하다 보면 두손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손으로 유모차를 끌더라도 커피 한잔 마시기, 휴대폰으로 전화 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유모차가 스스로 따라와준다면 어떨까.

조만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손이 가벼워질 것 같다. 올 초 미국의 스마트비(Smartbe)가 스마트 인텔리전트 유모차를 내놨다. 스마트 유모차는 부모 앞에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스스로 움직인다. 부모가 멈춰서면 유모차도 멈추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알아서 피한다.

스마트 유모차엔 아이에게 먹일 분유를 데워줄 보온 기능이 탑재됐고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내장 카메라로 아이를 살펴볼 수 있는 기능과 도난 방지 기능은 기본이다.

스마트 유모차의 다양한 기능 중 단연 돋보이는 기능은 자율주행이다. 그간 자율주행 기술이라 하면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더욱 다양한 곳에 적용 가능한 것이다.

마트에서도 자율주행 기능 덕분에 일이 수월해진다. 마트에서 카트를 부르면 마트를 돌아다니던 카트가 내 옆으로 와서 짐을 담아준다. 스마트 카트는 제품을 나르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의 가격을 계산하고 재고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까지 갖추는 형태로 발전 중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할인마트 월마트가 스마트 카트를 실현하기 위한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받았다.

국내 드라마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이 소개된 바 있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태양의 후예>에서 등장인물 서대영 상사와 윤명주 중위가 운전 중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고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현대차 제네시스의 드라마 PPL장면이었지만 자율주행차의 대중화가 눈앞에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의 5단계 레벨

이쯤에서 많은 독자들은 자율주행차에 운전자가 동승을 해야 하는지, 사람 없이 자동차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2013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 기능을 레벨0부터 레벨4까지 다섯단계로 정의했다. 

자율주행 ‘레벨0’은 현재 자동차 운전처럼 사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레벨1’에선 자동 브레이크 등 몇몇 기능을 자동차가 스스로 해내는 일부 자율주행이 이뤄진다. ‘레벨2’도 사람이 언제든지 통제권을 가지면서 자율주행 기능이 2개 이상 작동한다. 보조적인 자율주행 기능은 속도를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나 차선 유지 기능 등이다.

‘레벨3’부터는 자동차가 사람보다 많은 통제권을 갖기 시작한다. 특정 조건이 주어진다면 자동차가 모든 안전과 연관된 기능을 스스로 조절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사람 없이 완벽히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는 ‘레벨4’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것을 자동차가 직접 통제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레벨4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도심에서 운행하려면 운전자가 없이도 차가 도로를 다닐 수 있도록 법제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컨데 핀란드법에는 차에 운전자가 반드시 있어야만 주행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없어서 일반 차량과 함께 자율주행버스가 시범 운행된다.
지난달 미 연방정부가 자율주행자동차 규정을 처음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사고 발생 시 조사, 각종 윤리적 문제 등 안전평가 내용을 총 15개의 항목에 담은 이번 미국의 규정은 큰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쟁쟁한 기업들, 시장 선점 노린다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시장 발굴에 발빠르게 나선 업체들도 있다. 모바일 차량예약서비스 우버(Uber)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 택시’ 개발에 뛰어들었다. 우버는 스웨덴 완성차업체 볼보와 함께 자율주행차 개발에 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지난 8월 밝혔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오토(otto)도 인수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우버 택시가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우버가 자율주행 자동차 보급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면서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은 우버의 미래가 무인자동차에 있다고 공표했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자율주행 기술 덕분에 우버에서 큰 운영비용을 차지하는 운전자 비용이 줄어들어 서비스 이용 요금이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는 100만명 이상의 운전자를 자율주행차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량공유시장의 라이벌인 리프트도 지난 1월부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리프트의 존 짐머 회장은 ‘제3의 운송혁명: 향후 10년 리프트의 비전’ 리포트를 통해 5년 안에 리프트 차량의 대부분을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이며 2025년엔 미국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개념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뱅크는 혼다와 함께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차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출시된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에 적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이 자동차에 탑재된다. 자동차가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운전자가 말하는 정보를 수집·분석해 감정을 읽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전문사이트 마켓워치는 “투자의 관점에서 자율주행차시장은 골드러시와 같다”고 말한다. 수많은 기업이 골드러시에 동참하기 위해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자동차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곳은 역시 테슬라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도 결국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컬래버레이션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구글, 애플 그리고 중국의 바이두가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라 앞일을 예견하기 힘들다. 

하드웨어분야에서도 다양한 메모리업체가 사활을 걸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JP모건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자율주행자동차는 모두 1800만대에 이르고 관련 반도체 시장규모도 7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전세계 내로라하는 반도체메이커들은 너나없이 자율주행차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국내기업은 자율주행차 경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하고 싶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좋다. 자동차 부착 카메라를 활용한 상황인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엔비디아(NVDA), 자동차의 네트워크 연결 플랫폼 분야를 장악한 퀄컴(QCOM), 인포테인먼트와 보안용 반도체 분야의 강자 NXP반도체(NXPI) 등을 주목하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