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자료사진=머니투데이 DB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자료사진=머니투데이 DB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부도 위험에 휩싸이면서 제2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유럽발 금융 리스크로 떠올랐다. 또한 국내 금융시스템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도이체방크, 제2의 리먼사태 초래하나

도이체방크는 적립해놓은 소송 관련 충당금이 62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신용부도스와프(CDS)는 급등하는 상황을 맞았다. 제2의 리먼사태까지 거론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사태의 추이를 살피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당국과 진행 중인 벌금 규모 협상과 독일정부, 유럽중앙은행의 지원여부에 따라 도이체방크 발 불확실성의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도이체방크의 부실화 가능성은 불난 금융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파생상품 거래 관련 신용거래 익스포저는 42조유로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 막대한 자산의 실제 가치가 180억유로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FT는 도이체방크의 부실화가 파생상품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파생상품 익스포저(대출,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 문제는 파생상품 마진(증거금) 확대가 시행되면서 재조명 받았으며 마진 확대는 도이체방크가 파생상품 청산소에 지급해야 할 자금 부담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익스포저, 즉 투자위험 노출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당장의 영향은 채권발행금리 인상 등 간접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벌금 규모에 따라 지급불능사태 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금융권과 외환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축소(테이퍼링) 가능성, 브렉시트 가속화 등 한동안 잠잠하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 리스크,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도이체방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도 국내시장이 받는 직접적 영향은 작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에 직접 투자한 금융사가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도이치뱅크와 연계된 파생상품도 미미한 규모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럽 주가연계증권(ELS)도 주로 유로스톡스(EUROSTOXX)50 연계상품이라 도이체방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애널리스트는 “도이체방크 등 유럽은행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익스포저가 작아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은행주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커질 수 있다”며 “벌금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외환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은행에 대한 국내금융회사의 익스포저는 74억달러(8조9000억원)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5.5% 수준이다. 그러나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사들은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바젤Ⅲ)에 맞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를 발행한다. 따라서 은행주를 향한 불안감 확산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세 위축이 나타날 경우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수요 유도를 위해 발행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더 큰 조달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지고 글로벌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유로화의 신뢰가 떨어지면 국내 환율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