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조 탓, 최저임금 올려라”

샐러리맨(급여생활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무는 태산인데 그만큼 보상을 못 받는 것 같아 불만이 쌓인다. 열심히 일한 만큼의 정당한 임금을 요구해도 돌아오는 건 없다. 당장 먹고살 걱정에 사표를 쓸 수도 없는 냉정한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직장인에게 임금은 가깝고도 먼 존재다. 샐러리맨의 임금은 왜 늘지 않을까. 최근 최저임금 13% 인상을 주장하며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은 이광택 국민대학교 법학부 명예교수를 만나 그 원인과 해법을 들어봤다.


이광택 국민대 법학부 명예교수. /사진=임한별 기자
이광택 국민대 법학부 명예교수. /사진=임한별 기자

잘못된 사회구조가 임금 발목 잡는다
“2017년 최저임금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겁니다. 국민적 요구인 시급 1만원을 실현하려면 그 첫단계로 최소 13%가 인상돼야 하지만 지난해 인상률 8.1%에도 못 미친 7.4% 오르는 데 그쳤거든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산하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인 이광택 명예교수는 최근 결정된 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월급 135만2230원)에 대해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해 인상률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올해 미혼단신가구 생계비(167만3803원)의 80% 수준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금액으로 노동자들이 가족을 이루고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내세운 공익위원들이 기업 이익만 대변한 편파적 결정입니다.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그가 말한 공익위원이란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정한 최저임금 심의주체다. 최저임금 결정권을 쥔 그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노사 간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마다 객관성이 결여되고 성향에 따라 사측 입장을 크게 대변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동안 기업 편을 들거나 정부 의견에 치우친 결정이 많았다”며 “노사 임금 대립의 근원인 공익위원 선출절차를 개선해야 노동자의 임금상승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올려 저소득층 소비를 늘려야 한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상승의 당위성을 저소득층의 소비활동에 따른 경제 활성화에서 찾았다. 청년실업률이 높고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소득 하위계층의 임금 상승을 가로막으면 전체적인 경제 선순환구조가 먹통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집세와 밥 먹고 출퇴근하는 비용 외에도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최저임금을 받으면 딱 그것밖에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소비가 원활해지면서 시장이 살아납니다. 그들의 소득 자체를 키워줘야 전체적으로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는 얘기죠.”

이에 대해 정부와 기업들은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줄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는 정부가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세금 등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거비·학자금 등 소득 범위를 벗어나는 지출이 많아 낮은 임금만으로는 충당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임금 결정은 노사 간 자율에 맡겨야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안됩니다. 다만 그 결정의 기준점(최저임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반드시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것이죠. 기준점을 올려야 저소득층의 원활한 소비가 가능해집니다.”
이 교수는 간단한 논리지만 뼈있는 조언으로 최저임금 상승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정규·비정규 편 가르는 노조도 반성해야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된 성과연봉제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사실상의 성과퇴출제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성과연봉제는 현재 임금체계를 개편하자는 건데 이 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을 노동자 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성과연봉제가 유리한 사람도 있고 불리한 사람도 있을 텐데 문제는 그걸 판단하는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포괄적인 법 해석도 지적했다.

“사회상규상 허용될 때는 동의를 받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정부는 그 부분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일부에만 적용될 예외적인 판례입니다. 이를 정부 입맛에 맞게 재단해 포괄적으로 적용하려고 하니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거죠.”

이 교수는 정부와 사측에 맞서는 노동자 역시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노조 안에서의 차별을 지양하고 여러 갈래로 나뉜 각 산업별 노조를 통합해 벽을 허물고 단결해야 한다는 것.

“노조는 이익단체가 아니라 올바른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인데 그들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심합니다.
너무 여러 갈래로 나뉜 조직 역시 힘을 분산시킬 뿐이죠. 서로를 이해하고 통합해야 추구하는 가치에 힘이 실립니다. 그리고 무분규 노조는 노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노사분규는 감기와 같아서 한번 겪으면 면역력이 생깁니다. 분규 없는 노조는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