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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사진=뉴시스 |
◆한미약품으로 잃은 신뢰… ‘실적주’로 찾아야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표적 항암 치료제인 ‘올무티닙’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총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이번 계약해지로 이미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 6500만달러(약 718억원)를 제외하고 6억6500만달러를 놓치게 된 셈이다. 이에 주가는 시초가 대비 20% 가까이 급락하며 50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전날 호재성 공시에 급등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전날 장 마감 후 한미약품은 세계 1위 바이오 제약사인 로슈의 자회사인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에 힘입어 다음날 한미약품은 5%가량 급등한 64만9000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30분도 채 안돼 주가를 모두 반납했다.
바이오 대장주 한미약품이 흔들리면서 전체 바이오주도 동반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6.75% 급락했다.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굵직한 제약사들도 6%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번 떨어진 바이오업종의 주가는 며칠째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일 기준 KRX헬스케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 떨어진 2778.73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4거래일째 하락세를 지속했고 한미약품의 폭락 당일 시초가에 비해 8%가량의 낙폭을 기록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술 수출에 있어 계약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임상의 순조로운 진행”이라며 “약물 개발의 리스크가 크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한미약품 계약해지 소식으로) 제약, 바이오 투자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가 악재로 작용했다기보다 한미약품이 악재성 정보를 늑장공시 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또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투자 불안감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김태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계약파기된 신약 ‘올무티닙’의 주당 가치는 5만5000원으로 크지는 않았지만 목표주가는 122만원에서 71만원으로 하향조정한다”며 “이번 임상 중단이 나머지 4건의 기술수출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키울 것으로 예상돼 추가 주가하락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신약 개발주보다 당분간 실적주 중심의 투자를 권했다. 그러면서 C형간염 치료제와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에스티팜, 안정적인 FP-DR 수출에 신제품 TDI 카메라가 기대되는 뷰웍스, 대표적 실적주인 휴젤과 케어젠 등을 추천했다.
노경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임상 초기보다는 후기단계에 있는 기업의 투자매력도가 클 전망”이라며 “임상 후기단계로 갈수록 신약 개발 성공가능성이 커지고 출시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아 마일스톤의 유입이 비교적 빠르고 크다”고 설명했다.
노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글로벌 임상 후기 단계에 있는 기업은 녹십자, 지트리비앤티, 에이치엘비다. 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은 종근당, 바텍, 뷰웍스, 메디톡스, 케어젠, 루트로닉, 에스티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