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광명소인 아름다운 섬 하와이에 언제부터인가 길거리 노숙인(Homeless)이 늘어났다. 연방 통계청 조사 결과 하와이 노숙인 수는 2010년 후 계속 증가해 인구 10만명당 미국에서 가장 많은 487명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정부의 외국인 이주 허용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도 외국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곳이 있다. 중국인 이주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제주도다. 제주도는 2010년 정부의 ‘부동산투자 이민제도’(이하 투자이민제) 지구로 지정된 후 중국인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투자이민제는 말 그대로 투자하면 이민을 허용하는 제도다.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다. 제주도는 투자이민제로 실제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묻지마살해나 집단폭행 등 중국인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며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됐다. 투자이민제의 득과 실을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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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경제자유구역. /사진=머니투데이 DB |
◆투자이민제로 1조2000억 유치 성공
부동산투자 이민제도가 처음 시행된 건 2010년 제주도에서다. 호텔이나 콘도미니엄, 펜션, 별장 등 휴양시설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자격을 주고 5년이 지나도 매각하지 않을 경우 영주권을 부여했다. 지난해부터 영주권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이민제 지정은 정부에 의해 5년마다 갱신되거나 폐지된다. 지금까지 지정지구는 제주도를 비롯해 강원 평창, 인천 경제자유구역, 전남 여수, 부산 해운대, 경기 파주 등이다. 제도 시행 후 지정지구 전체의 투자유치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첫 지정지구였던 제주도는 땅값이 지난 한해 동안만 28% 오르고 휴양시설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며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많은 지자체가 부동산경기와 세수 확대를 위해 투자이민제 지정이나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투자이민제는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지만 실제 투자의 대부분은 차이나머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9월 기준 부동산투자를 통해 거주비자를 받은 외국인 수는 899명이며 부양가족을 포함하면 2470명으로 추산된다. 1년 전 대비 97%, 2년 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제주도의 경우 거주비자를 받은 외국인 중 90% 이상이 중국인이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중국 부호들이 한국 부동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지난 8월 부산 해운대의 초호화 휴양시설 엘시티는 중국인 4명을 포함해 외국인 7명이 분양받았다. 외국인 투자금만 200억원을 넘었다. 엘시티 분양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 관리인을 두고 임대수익을 올리거나 휴가 때마다 머물기 위해 부동산을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이민제는 기본적으로 주택이 아닌 휴양시설에 적용하지만 엘시티처럼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을 아우르는 복합단지일 경우도 혜택을 받는다. 또한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체육시설 내 주택에 한해 투자이민제를 허용했는데 골프장 내 빌라와 미분양아파트를 포함시켰다. 이런 이유로 투자이민제 지정지구에서는 폭발적인 개발이 이뤄진다. 여수 경도는 콘도미니엄과 골프장, 테마파크사업이 추진되고 강원 평창 곳곳에서는 호텔 건설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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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제주 제2공항 건립 반대 현수막, 제주신공항 부동산 컨설팅. /사진=머니투데이 DB |
◆강력범죄, 집값 거품 등 부작용
차이나머니의 부동산 공습은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앞서 차이나머니가 부동산을 점령한 해외 국가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앓았다는 점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지난해 부동산거래에서 차이나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33%를 기록했는데 집값이 20% 폭등하며 대규모 시민시위가 일어났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최근 5년 사이 외국인투자로 집값이 70% 폭등하자 일부 서민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자동차나 컨테이너로 내몰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외국인의 부동산투자를 제재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취득세를 올리거나 정부채권, 지분투자 등 간접투자만 허용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우려의 시선이 많아진 상황. 현재 투자하한선인 5억~7억원을 인상해 진입장벽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차익만 챙긴 후 투자금을 회수하는 ‘먹튀’ 문제도 불거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자본의 힘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더라도 매매차익을 노린 자금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갈 경우 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은 직후 부동산을 매각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완수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인이 영주권 취득 후 부동산을 매각하면 다시 영주권을 취소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인에 의한 강력범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 제주도에서는 중국인관광객들이 식당주인을 집단폭행하거나 주민을 묻지마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중국인이 피고인으로 접수된 형사 사건은 지난해 77건, 올해 6월 기준 53건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부동산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투자이민제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한차례 있었으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종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투자이민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저성장, 인구고령화, 재정악화와 같은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대안이지만 자연경관 훼손이나 지역주민과의 갈등, 휴양시설의 공급과잉 등 부정적 요인이 존재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인 만큼 운영방식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