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건? 쪼그려 앉아 코펠에 라면을 끓여 먹던 기억, 계곡이나 바다 근처에다 텐트를 치고 딱딱한 바닥에서 자던 불편한 기억이 먼저라면 일정 부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가족과 함께 즐기기 위해선 확연히 달라진 트렌드를 공부하는 건 필수가 아닐까.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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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옮겨놓으면 된다?
오토캠핑 붐이 일던 몇년 전만 해도 캠퍼들 간의 장비 자랑이 심했다. 등에 짐을 메고 다니는 게 아니라 자동차에 싣고 와서 차 옆에 텐트를 치고 장비를 늘어놓을 수 있어서다. 그야말로 거실을 옮겨놓는 수준이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은 집이다. 불편한 캠핑장에 와서 불편하지 않아야 하는 아이러니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남겼다. 장비를 살 때의 경제적 부담감, 장비를 옮길 때 필요한 체력적 부담감이 그것이다. 이에 이동수단인 자동차의 크기가 중요해졌고 덩치가 커지면서 값이 비싸진 점도 고민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이유로 캠핑은 돈이 많이 든다는 오해를 받았고, 캠핑장에서도 다른 캠퍼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실속형이 대세… 수준에 맞는 장비 골라야

“요즘 캠핑용품시장은 브랜드 선호도가 많이 줄면서 실속형 제품이 대세예요. 어중간한 가격대의 제품이 맥을 못추고 있거든요. 양분화됐다고 보면 됩니다. 이보다 더 나아가 험한 자연에 도전하는 알파인(alpine) 인구도 늘었죠. 미니멀 캠핑이 대세가 된 만큼 초보자 입장에선 장비 고르기가 더 쉬워졌다고 볼 수 있어요.”

알파인·캠핑용품 전문쇼핑몰 알캠몰 정아람 대표의 말이다. 예전엔 ‘중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많고 제품도 인기가 좋았지만 요샌 제품 자체의 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장비거품’이 빠졌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이런 트렌드 변화는 캠핑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면서 “수준과 목적에 맞춰 필요한 장비를 조금씩 늘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목적’ 생각하고 ‘주제’ 정하면 즐거움 두배
#1 직장인 박모씨(37)는 자타가 공인하는 캠핑마니아다. 캠핑에 입문한 지 어언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모은 장비만 해도 1000만원어치가 훌쩍 넘는다. 낡아서 새로 산 것도 있고, 초보들과 함께하는 경우를 위해 중고제품을 사기도 했다. 그는 날씨에 따라, 멤버에 맞춰 장비를 조합해 들고 간다. 하지만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테마’. 화려한 장비보다 캠핑에 주제가 있다면 함께한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 직장인 이모씨(41)도 가족과 캠핑을 자주 다닌다. 지인들과 함께 캠핑에 발을 들여놓은 지 6년차. 하지만 그는 캠핑이 즐겁지 않다. 매번 짐을 싣고 내리는 게 번거롭고, 캠핑장에선 마지못해 텐트를 치고 요리를 한다. 가장으로서 일종의 의무감 때문이다. 그래서 펜션이나 콘도를 고르려 했지만 몇번 반복되면서 이마저도 싫증을 느꼈다고 한다.

박씨에게 이씨의 사연을 들려주니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여행엔 목적이 있다. 어디론가 한참을 이동한 다음에야 시작되는 캠핑도 ‘기승전결’에 따른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결국 이씨는 여행의 목적을 상실했기에 스토리를 만들 수 없었다는 게 박씨의 분석이다.

휴식이 필요하면 그에 걸맞은 조용한 장소가 좋고, 아이들이 놀 곳이 필요하면 무언가 활동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단순히 가족끼리 떠나는 캠핑이라 해도 주제를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라는 것.

주제를 정하는 건 장소를 고르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음식과 장비를 준비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이런 과정을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과 토론을 통한다면 스토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쓰지도 않는 장비를 들고 다니는 건 꽤 큰 낭비다. 사놓고 창고에 처박아두는 건 더 아까운 일이다.

◆고수들의 비법 따라잡기

“꼭 필요한 것만 사세요.” 캠핑전문가들은 장비에 대해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정작 캠핑 초보들은 뭐가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먼저 의식주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을 것이며, 어떻게 잘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얘기다.

묵을 곳의 날씨는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날씨 애플리케이션은 참고만 할 뿐 캠핑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낮과 밤의 온도, 바람이 많이 부는지 등을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 옷차림과 장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많이 불 땐 타프(천막)를 두고 가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설치하고 철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장비 사용에 노련한 사람 여럿이 함께라면 모를까 괜한 고생만 하기 십상이다. 텐트를 칠 때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 전실(텐트의 취침공간과 입구 사이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고수들의 노하우다.

가을은 본격적인 캠핑철이다. 낮 동안 따뜻했더라도 저녁이면 꽤 추워져서 체온유지는 성공적인 캠핑의 필수요건이다. 일교차가 큰 데다 텐트는 집처럼 난방을 하기가 어려운 만큼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한다.

낭만을 더해주는 캠프파이어도 마찬가지다. 날씨에 따라 고민해야 한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불 땐 바비큐보다 찌개나 탕 류를 준비하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꼭 지켜야 하는 캠핑 에티켓
1. 캠핑장은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려요~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큰 소리로 떠들면 NG!
2. 밤 9시 이후엔 자동차 시동 NG! 문 여닫을 땐 살살~
3. 다른 텐트 앞 지날 땐 천천히~ 먼지 날리지 않게!
4. 텐트는 불에 약해요~ 불꽃놀이도 NG! 소화기도 챙기셨죠?
5. 자연에 쉬러 왔으니 훼손하면 안돼요~ 아이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입니다.

◆분위기 더해주는 아이템 3가지
1. 가스/석유램프
-LED램프보다 조금 어둡지만 금세 눈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2. 휴대용 빔프로젝터
-해가 지면 텐트는 영화관으로 변신. 아이와 함께라면 필수품
3. 화로 & 장작
-차가운 공기 속에서 즐기는 캠프파이어는 가을캠핑의 최고 매력포인트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