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지켜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편의점도 도시락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점심문화가 바뀌고 있다.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의 급증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혼자 살며, 혼자 놀고, 혼자 밥 먹는 생활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며 의무는 적고 권리는 충분하게 누릴 수 있는 혼자만의 삶에 점점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명으로 구성된 ‘나홀로 가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장 많은 가구형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돼 대표적인 가족의 형태로 여겨지던 ‘4인 가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중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보면서 1인 가구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생각보다 근본적인 가족체제에 조금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1인 가구의 급증으로 개발된 초소형 가전제품. /사진=뉴시스 DB
1인 가구의 급증으로 개발된 초소형 가전제품. /사진=뉴시스 DB


◆흔들리는 가족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우리 모두는 가족 없이 존재할 수가 없다. 가족이란 가장 작은 사회화 기관이자 1차 집단을 대표하는 기준이다.


가족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진 미국의 인류학자 머독(G. P. Murdock)에 따르면 가족은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고 주거와 경제적인 협력을 같이하며 자녀의 출산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결혼과 자녀의 출산이 가족의 개념을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말인데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의 개념 자체가 흔들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구성의 원천이 되는 결혼 연령은 갈수록 늦어지고 결혼을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출산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1인 가구 증가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른 우려를 키운다.


싱글족이 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발적 솔로보다 비자발적 솔로가 더 많다는 점과 고령화에 따른 노인 1인 가구의 증가 등 부정적인 현상들도 함께 담겨 있어서다.



[고수칼럼] ‘나홀로 가구’에 불안한 대한민국

◆가족이 필요한 이유


첫째, 가족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자녀를 출산하고 성장시켜 사회 구성원을 공급하는 일은 가족만이 할 수 있는 고유기능이다. 그런데 결혼을 늦게 하거나 기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사람이 늘면 사회유지 기능은 더 빠르게 약화될 것이다. 현재 출산율 1.24명을 가정했을 때 2750년이 되면 지구 상에서 한국인의 존재가 사라진다고 하니 매우 심각한 문제다.


둘째, 가족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정서적 안정에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형제이며 부모다. 아무리 혼자 사는 게 좋다지만 언젠가는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는 한 혈연으로 묶인 가족이 자신의 고유영역과 생활에 방해된다고 느낄 때보다는 외롭거나 어려울 때 마음의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유대와 신뢰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만들어 주는 것은 변치 않은 가족의 기능이다.


셋째, 가족은 자녀가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가족은 사회 안의 가장 기초 집단으로 사람 사이에서의 기본적인 관계설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성인으로 성장해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전까지 교육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기능 역시 가족의 역할이다. 최근 교육에 너무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저출산 요인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여전히 가족이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넷째, 경제활동 기능이다.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 대가로 받은 소득을 소비하면서 원활한 경제활동을 돕는다. 1인 가구도 경제활동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단위가 커질수록 다양한 부문에서 좀 더 많은 소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조부모와 손자가 함께 사는 경우 조부모는 손자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쓰고 나눠 쓰는 소비활동이 좀 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살아야 가족이다


과거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많이 남았던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불편하게 생각하면서도 부모와 자식이 한집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가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그냥 따로 살자는 가족이 많이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지금부터는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서로의 생활에 대한 간섭이 없고 각자의 사고방식이 존중될 수 있다면 굳이 멀리

[고수칼럼] ‘나홀로 가구’에 불안한 대한민국
떨어져 살 이유가 없다. 가까이 있을 때 가족만큼 큰 힘이 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꼭 한집에서 살 필요도 없다.


왕래가 가까운 거리에만 살아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충분히 많다. 우리 모두에게 가족은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다. 그 소중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100세시대를 좀 더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한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