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신동아파밀리에 사업지연… 투자자만 ‘발 동동’

김수석씨(가명)는 지난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가입비 수천만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자금으로 토지매입과 시공비를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개발방식. 주변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사업 성공률이 극히 낮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조차 실패하고 설립에 성공해도 토지매입 단계에서 좌초되기 십상이다. 김씨는 사업취소 시 가입비를 100% 환불받는 ‘안심보장제’ 조건을 믿고 가입했지만 예비조합과 시공예정사의 토지매입 약정기간이 올해 2월 종료되며 사업이 지연되자 환불도 어려워졌다. 사업이 아예 취소되기 전까진 가입비를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착한 분양가로 조합원 가입 유혹


1980년 도입된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1채 소유한 사람이 조합을 구성한 후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공동주택을 짓는 구조다. 하지만 많은 예비조합이 조합원 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토지매입에 실패해 사업이 무산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여년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이 155개에 이르지만 실제 건축 승인을 거쳐 입주까지 성공한 곳은 34개(21.9%)에 불과했다.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준비 중인 예비조합도 전국적으로 126개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예비조합이 사업비로 쓰기 위해 가입비 명목의 투자금만 받고 표류하는 일이 많아지자 일부 조합은 ‘안심보장제’라는 보완책을 내걸었다. 사업이 아예 취소됐을 경우 투자금을 환불해주겠다는 약정인데 이 역시 허점이 있다. 사업이 취소되지 않았지만 기약없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어도 환불을 받을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 특성상 사업이 한번 표류하기 시작하면 기약이 없는 만큼 내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로선 수천만원이 묶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머니포커S] 지역주택조합의 '불편한 진실'

충남의 S지역주택조합은 시공예정사를 정하고 올해 2월까지 조합설립과 토지매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둘 다 실패했다. 예비조합은 시공예정사의 브랜드인지도를 이용해 투자자를 모으고 투자금을 받았지만 시공예정사 측은 정식계약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만 체결했기 때문에 예비조합의 광고나 홍보활동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건설사의 관계자는 “예비조합이 직접 투자금을 받고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라 시공예정사엔 법적책임이 없다”면서 “하지만 조합설립 도중 사업이 일시중단된 것이지 취소된 게 아니어서 사업성이 있으면 재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가입자는 1년 안에 조합설립이 실패하면 투자금을 환불해준다는 확약서를 받았는데 ‘토지확보 지연의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 탓에 돈이 묶였다. 예비조합 관계자는 “토지확보 과정에서 일부 지주가 땅값을 올려 받기 위해 사업에 반대했고 가입자 중 일부가 사업 지연을 이유로 탈퇴를 요구했다”며 “그러나 계약서상 사업 취소 전엔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데다 중간에 조합원이 빠져나가면 나머지 조합원을 모집하는 일이 더 어려워져 믿고 기다려달라며 설득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합설립 인가권이 있는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특성상 조합설립을 인가받은 후에도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시내에서 1곳 정도가 착공 단계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조합설립 단계부터 삐걱… 실패사례 수두룩


지역주택조합의 실패사례는 과거에도 수두룩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부지 지주로부터 토지사용 동의서를 80% 이상 받아야 인가신청이 가능한데 이 단계부터 쉽지 않다. 앞의 사례와 같이 땅값을 더 높게 받으려는 지주들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의 가칭 ‘약수터 지역주택조합’은 토지매입 과정을 둘러싸고 예비조합과 시행사 간 법정소송이 길어지며 토지사용 동의서를 받는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설령 조합설립과 토지매입에 성공해도 중간에 사업비가 늘어나 조합원에게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진구의 ‘부암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5월 부산진구청의 인가를 받고도 사업비 부족으로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늘어났다. 짧은 시간 안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조합원들로서는 집을 포기할 수도 없어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은 2010년 건축심의를 받은 후 6년째 사업이 표류 중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2700억원이 연체되고 조합장이 투자금 180억원을 횡령하는 비리까지 터지며 사업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조합원 투자금 1400억원이 공중분해됐고 많은 예비부부와 가장이 절망하며 지역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어떻게 고를까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 세대 수와 사업부지, 가격경쟁력을 꼼꼼하게 살피라고 조언한다. 세대 수는 지역주택조합의 중요한 요소로 일반아파트의 경우 세대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그렇지 않다. 조합설립 인가조건이 전체의 50%라 세대 수가 많으면 조합원 모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조합설립 후 사업부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실제 착공신고 후 공사 때는 100%를 채워야 한다. 동의율이 95% 이상이면 지주에게 매도청구, 즉 강제매도가 가능하지만 소송절차로 1~2년가량이 걸린다. 이때 사업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가격은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분양가 대비 조합원가격이 15~20% 낮아야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범어 지역주택조합’을 예로 들면 전용면적 85㎡ 기준 조합의 예상가격이 4억6000만원으로 주변시세 대비 약 1억4000만원(23.3%) 저렴했다. 그러나 추가분담금을 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다수 조합이 추가분담금이 없는 확정가격이라고 광고하지만 분담금의 최종가격은 조합 청산 시 결정되는 만큼 현혹돼서는 안된다.

지역주택조합 분쟁이 늘면서 국민권익위는 국토교통부에 사업 안전성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요청한 상태다. 내년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전면개편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신규조합 난립 방지와 조합원 모집과정의 관리, 시공보증 의무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