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인디 레이블 ‘하이그라운드’, 이곳에 소속된 밴드 ‘혁오’는 인디밴드일까.

처음 우리나라에서 통용된 ‘인디’라는 말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을 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 대중에게 이해되는 인디는 조금 다르다.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는 뮤지션에게도 ‘인디’라는 말을 서슴없이 붙인다. 대중이 소비하는 ‘인디’라는 개념은 굉장히 가변적이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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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발 스타 뜨는데 인디 신은 어려워져
최근 대중음악계에서 인디 신 출신 뮤지션의 활약상은 주목할 만하다. 음원차트를 섭렵하고, 대형기획사는 레이블을 설립해 인디 음악가들에게 연신 ‘러브콜’을 보낸다.


현재 주류기획사들이 인디 뮤지션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들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장은 “2012년 싸이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등 K팝이 최정점을 찍었다가 차츰 가라앉기 시작하자 주류기획사들이 눈을 돌려 다른 수익원들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음악시장의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우려가 크다. 몇몇 스타 인디 뮤지션들이 탄생하는 반면 인디 신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디뮤지션들의 ‘등용문’인 홍대 라이브클럽은 최근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홍대 인근에서 최근 3년간 문을 닫은 라이브 클럽은 줄잡아 10여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가수 10cm가 첫발을 내딛은 클럽 ‘타’가 문을 닫았다. 임대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데다 많은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TV오디션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리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큰 이유다.


장 소장은 "미국의 경우 대형 에이전시(중계인)들의 힘이 과도하게 커지자 제작사의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규제를 뒀다"며 "우리나라도 대형기획사와 인디 신의 상생을 위해 선제적인 정책적 규제나 권고사항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뮤지션으론 못먹고사는 음원 유통구조

양극화의 문제는 대형기획사만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음원 유통구조로 더욱 심화됐다. 오프라인 음반시대가 저물고 온라인 음원시대가 온 것. 기존에 소량의 음반판매를 통해 근근이 살아가던 인디 뮤지션들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음원시장은 음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문화관광체육부 규정에 따라 곡당 최소 700원에 팔린다. 이 중 70%인 490원을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얼핏 꽤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월결제 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실제로 저작권자에게 들어오는 수익은 크지 않다. 스트리밍서비스의 경우 사용자가 노래를 1회 재생하는데 7원 정도를 지불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저작권자에게 배분되는 것은 60%로 4.2원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는 음원 외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형기획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보면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해 음원·음반 매출액이 약 504억원이었던 반면 공연·광고·방송출연 등의 매출액은 약 1426억원에 달했다.

반면 ‘음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1000명의 팬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도 그의 손에 남는 것은 4200원에 불과하다. 꽤나 많은 팬층을 보유한 음악가도 음악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많은 실력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인디 신을 떠났다.

인디 음악의 생태계를 무너뜨린 이런 음원 유통구조에 최근 변화의 바람도 감지된다. 저작권자가 판매 가격을 책정하고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정음원 플랫폼이 그 주인공이다. 뮤지션들은 그간 ‘밴드캠프’ 등 해외 플랫폼을 주로 사용했는데 최근 네이버가 공정음원 플랫폼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네이버 뮤직이 최근 내놓은 ‘뮤지션리그 마켓’은 음원의 가격을 뮤지션이 정하고 음원 수익 80%가 직접 정산된다. 네이버가 음반협회에 지급하는 저작권료 등을 합치면 최대 96%까지 판매 수익을 전달받는다.


가수 오혁.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가수 오혁.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진짜 ‘인디 뮤지션’ 재평가 기회
조일동 음악평론가는 대형기획사의 인디 시장 잠식과 관련해 “(대형기획사에 들어가면) 뮤지션의 입장에서 더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를 캐치하고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만 트렌드 캐치에 착취돼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평론가는 “현재 대중에게 소비되는 ‘인디’라는 말은 어쩌면 하나의 ‘장르’를 말하는 것 같다”며 “대형기획사에서 데려가는 인디뮤지션들은 대부분 ‘모던락’ 혹은 그 방계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디’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홍대를 위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소규모로 자가생산하던 모던락, 포크락 등의 장르가 ‘인디 음악’의 대명사처럼 알려졌고, 대중들이 이런 음악을 ‘인디 음악’이라고 인식한다는 것.

하지만 그는 “현재의 상황으로 말미암아 유행이나 인기에 흔들리지 않는 진짜 인디 뮤지션들이 재평가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은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의 기대감이지 음악산업에서 인디 신의 양적 성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디를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그 이전에 인디는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며 “인디 음악을 뮤지션십을 보장받고자 하는 뮤지션과 그것을 지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하나의 '문화'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