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집단운송거부를 시작한 화물연대. 부산 북항·신항, 인천항, 의왕ICD 등에서 3300명이 기세등등하게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13일엔 참가인원이 대거 이탈하며 전국에서 2300명이 집회와 행진을 이어가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가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CTCA(통합물류협회 컨테이너 운송위원회) 소속 15개사와 일반운송업체 77개사의 8377명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10일 1426명에 달한 ‘운송미참여자’는 11일 919명에 이어 12일 891명으로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화물을 볼모로 인질극을 펼치려던 화물연대의 계획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물연대 소속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운송거부 행위인 데다 국민은 물론 관련업계에까지 외면당한 파업인 셈이다. 정부도 강경입장을 고수하며 명분 없는 파업에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그들이 주장하는 3가지 쟁점이 설득력 없는 이유를 살펴봤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쟁점 1 - 지입제 폐지
화물연대는 지입제를 당장 없앨 것을 요구했다. 화물운전자가 차를 사더라도 운수업체 명의로 차를 등록해서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2004년부터 화물차 허가제로 바뀌며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확보한 운수업체가 화물노동자에게 수천만원의 지입료를 갈취한다는 것.

국토부에 따르면 지입제는 1997년 합법화됐고, 현재 화물시장에서 97% 업체가 지입제를 시행 중이다. 따라서 갑작스런 폐지는 업계 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과 같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운송사업자의 허가권이 재산권으로 인정받은 법원판례도 있어 정부는 단기간 내 폐지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부는 영업용 화물운전자에게 2001년 7월부터 매년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가보조금을 지원한다. 2014년과 지난해에는 화물연대의 주장을 토대로 불공정 지입계약 무효, 차주 동의 없는 매도나 저당권 설정, 계약갱신 6년 보장 등 지입차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해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

또한 정부는 장기 비전을 세우고 ‘화물차 신규허가 시 지입금지’를 원칙으로 삼았다. 이른바 ‘8.30 대책’으로 불리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으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20여년 동안 시장에 깊이 뿌리내린 운송업체들을 하루아침에 쳐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건부로 문턱을 낮췄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직영체제로 바뀌어가는 상황이지만 지입제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면서 “장기적으론 지입제가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쟁점 2 - 8.30대책, 수급조절제 폐지

먼저 정부는 배달차 부족에 허덕이는 택배업계의 요구를 들어줬다. 소형화물차 증차를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 큰 화물차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직영을 늘리고 지입전문회사는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화물연대는 이 점을 물고 늘어졌다. 화물차가 늘어나면 수익이 악화될 거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장 문을 여는 시장은 화물연대와 관계가 적다. 정부가 제도를 우선 개선한 건 소형택배차지만 화물연대 소속은 지역 거점을 잇는 대형트럭이 대부분이다. 물류업계에서도 화물연대가 파업의 명분이 적으니 억지로 새 조항을 끌어들여 위기감을 연출했다는 해석이다.

화물차 수급조절제는 물류업계의 요구에 따라 2004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후 화물차 번호판을 사고파는 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게다가 최근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에 따른 B2C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택배차 부족현상이 심화됐다. 결국 업계의 거듭된 증차요구로 정부가 제도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8.30대책’은 지입제를 없애는 데 필요한 ‘수’다. 트럭의 대수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악화될 거란 화물연대의 주장에 정부는 ‘직영’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아 이를 차단했다. 1.5톤 미만의 소형화물차에 한정하며 양도금지, 톤급 상향금지와 함께 개인 택배차 운영과 지입경영이 금지된다. 또 운전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20대 이상 직영업체에만 허용될 뿐이다.

현재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이 직영체제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어서 관련업계에선 ‘쿠팡법’이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또 제2, 제3의 쿠팡이 나오며 업계 생태계가 파괴될 거란 주장도 있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시장에 진입하려면 화물차를 구입하고 운전자를 고용하는 등 직영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이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결국 신규수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쟁점 3 - 표준운임제 도입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표준운임제 도입은 수익성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경제원칙에 위배되고 시장 내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운임산정의 기준을 담은 ‘참고원가제’라는 대안을 내놨다.

표준운임제 도입은 ‘저운임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요구사항이어서 결국 ‘직영’체제가 대안일 수 있다는 게 물류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입제를 피할 수 있는 데다 화물운전자들이 산재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문제도 해결된다.

◆새 판 짜는 정부… 화물연대 긴장해야

정부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기존 틀을 손보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기보다는 아예 판을 새로 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물류업계 관계자는 “기업자본을 끌어들여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는 회심의 ‘한수’로 볼 수 있다”면서 “진통을 겪겠지만 우리나라 물류업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세력의 이익을 유지하려는 쪽과 판을 새로 짜려는 쪽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면서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려면 아직 1년여가 남았다. 지난 20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