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형세단의 상징과도 같았던 현대 그랜저.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 6세대(프로젝트명 IG) 모델이 출격을 앞뒀다. 지난 9월까지 글로벌 누적판매량은 185만여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분기에 파업과 시장악화로 생산과 판매가 모두 줄어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잘 다듬은 준중형 해치백 신형 i30를 내놨지만 생산량이 받쳐주지 못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따라서 이달 선보일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를 위기에서 구해줄 듬직한 구원투수로 지목된다. 

대형세단 인기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신차 출시가 많지 않은 세그먼트인 만큼 존재감 있는 모델의 등장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출시 시점과 맞물려 기업들의 법인구매가 시작된다. 덕분에 신형 그랜저는 신차효과를 톡톡히 받을 전망이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디자인 최초 공개.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신형 그랜저 디자인 최초 공개. /사진=현대자동차

대형세단 그랜저는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등장 이후 ‘준대형’으로 분류되지만 제네시스브랜드가 독립하면서 사실상 현대차의 플래그십에 포지셔닝했다. 아슬란이 그랜저보다 상위에 자리했지만 아직은 그랜저의 아성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30년을 이어온 그랜저라는 이름의 무게가 생각 이상인 셈이다.
지난달 25일 현대차는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6세대 그랜저의 사전 공개행사를 열었다. 공식 출시 전에 제품 특징을 설명하는 자리여서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노트북PC 등 각종 전자기기 보안에 철저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곧 출시될 현대자동차의 6세대 그랜저를 이날 미리 살펴봤다.


◆직접 본 6세대 그랜저는…

6세대 그랜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 옆모양이다. 헤드램프에서부터 시작된 강한 캐릭터라인이 앞문을 지나면서 사라진다. 굵고 곧은 선이 끝난 자리엔 유려한 곡선의 캐릭터라인이 시작돼 트렁크로 이어진다. 한 차에 두 디자인 테마가 어우러진 것이다.

그랜저는 전륜구동방식 차종이다. 그럼에도 긴 보닛 후드와 함께 후륜구동세단의 비례감을 주려 노력한 점이 6세대 모델의 디자인 핵심요소다. 5세대(HG)는 후드가 짧아서 빨라 보이지만 고급스러움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구민철 현대디자인센터 팀장은 “그랜저는 실내가 충분히 넓은 차여서 외관의 비례감을 다듬는 게 매우 어렵다”면서 “6세대는 이전 모델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6세대만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앞모양은 현대차가 새롭게 내세우는 ‘캐스캐이딩’ 그릴이 적용됐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대는 차종에 따라 곡선에 변형을 줘 차종별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보닛 후드 디자인에도 볼륨감을 강조하면서 스포티함을 최대한 내세웠다.

그릴 가운데 자리한 H로고 사이즈는 성인 남성이 손바닥을 쫙 편 것보다 컸다. 살짝 작았던 기존과 달리 과감하게 로고 사이즈를 키웠다. 로고 뒤편에 ASCC레이더를 집어넣기 위함이면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센서가 들어가지 않아도 사이즈는 같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디자인 최초 공개.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신형 그랜저 디자인 최초 공개. /사진=현대자동차

우아한 실루엣과 함께 그랜저IG만의 시그니처램프 디자인에 눈길이 절로 간다. 멀리서도 차종을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면 그릴 양쪽의 헤드램프엔 날카롭게 꺾인 U자 형태의 주간주행등 4개에 불이 들어온다. 포인트는 뒤편의 테일램프. 트렁크 양쪽에서 시작한 선이 서로 이어진다. LED면발광 테일램프로 디자인과 기능성을 두루 살렸다.
이런 디자인은 요새 북미에서 유행하는 형태다. 링컨 MKX나 닷지 차저 등의 테일램프 디자인도 비슷하다. 낮보다 밤에 훨씬 예쁘다. 그리고 양쪽의 테일램프는 밋밋할 거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면 얼음을 조각해놓은 것처럼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다. 기능을 강조했다기보다 디자인 포인트다.

타이어는 245/40R19 규격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가 끼워졌다. 휠이 크고 타이어 면적이 넓은 이유는 신형 그랜저의 성격변화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랜저는 고급세단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신형은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매력을 갖췄다.

그랜저IG에는 기아 K7에 탑재된 것과 같은 2.4 세타엔진에 6단자동변속기, 3.0 V6 가솔린과 2.2R 디젤엔진에 8단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물론 차 성격에 맞춰 세팅을 다르게 한 덕에 세타엔진과 R엔진의 출력은 같지만 K7대비 연비가 3~4% 우수하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 또 최고출력 270마력을 3.0 람다엔진은 실사용 영역인 2500rpm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하도록 설정, 실가속 측면에서 K7보다 10%쯤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안함을 강조하는 세단인 만큼 정숙성에도 신경 썼다. 주행 중 차 하부에서 올라오는 바람소리를 줄이기 위해 언더커버 사이즈를 키우고 곳곳에 들어간 흡차음재를 고급화했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부시 사이즈를 키웠다.

달리면서 동승자와 대화할 때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를 평가하는 ‘AI명료도 테스트’에선 5세대 모델보다 주행 중 소음을 15% 줄였다. 구형은 차에서 타고 내릴 때 바지에 먼지가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형은 3단 도어 실링으로 한층 꼼꼼하게 마감했다.

◆사고 없는 사회 만든다… ‘현대 스마트 센스’ 최초 적용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지능형안전기술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를 처음 적용했다.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를 제공하는 지능형 안전 자동차’라는 개발 철학을 세우고 앞으로 출시될 모든 차종에 적용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