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컨설팅 애써 무시하고 대우조선 방산 몰아주기


유일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월31일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승민 기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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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월31일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승민 기자

지난달 31일 발표된 조선·해운 경쟁력 강화방안을 놓고 업계의 불만이 무성하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아이디어는 찾을 수 없고 업체들의 자구안을 나열한 것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한 우회지원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 “맥킨지 보고서 공개해야”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수주절벽이 심화될 것이며 특히 우리나라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우리나라의 공급능력 감축 실적 역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빅3’ 체제를 사실상 이어가기로 결론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맥킨지 보고서를 얼마나 참고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앞서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업계 자율구조조정 방안마련’이라는 원칙 하에 10억원을 들여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당초 9월로 예정됐던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가 늦어진 것은 이 보고서 때문이다.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서 대우조선의 자력생존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분사 또는 매각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우조선이 이에 크게 반발하며 보고서 발표가 늦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컨설팅 결과를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기로 한 정부는 보고서를 ‘참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마침내 발표된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맥킨지 보고서와 클락슨의 자료 등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참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방안에서 맥킨지 보고서를 인용한 내용은 ‘국내 조선3사의 매출전망’ 뿐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클락슨의 자료에 의존해 작성했다. 조선업황이 당분간 어렵지만 2018년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된다는 낙관론도 클락슨의 전망이다.

2016~2020년 한국 조선사 주력선박의 평균 발주액을 클락슨은 237억달러, 맥킨지는 163억달러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는 클락슨의 전망을 채택했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맥킨지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한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조선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따라서 어느 방안이 최선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밀실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단지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미봉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맥킨지 보고서를 포함하여 조선산업의 전망과 구조조정 방향에 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자율판단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우조선만을 위한 대책”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은 ▲도크 23%와 인력 32% 감축 ▲비핵심사업‧비생산자산 정리 ▲7조6000억원 규모 공공선박 조기발주 ▲선박펀드를 이용한 3조7000억원규모 발주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중 설비‧인력감축, 비핵심사업 및 자산 매각 등의 내용은 각 사가 지난 6월 내놓은 자구안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번 방안에서 유의미한 대책은 ‘공공선박 조기발주’ 뿐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형평성과 효용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성립(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사옥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정성립(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사옥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먼저 정부가 밝힌 공공발주 물량 7조6000억원 중 89%에 달하는 6조6700억원이 대우조선해양의 주력분야인 호위함과 고속상륙정 등 ‘군함’이라는 점에서 ‘우회지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방산사업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이 영위하고 있는데, 대우조선이 가장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이 분야의 매출이 전무해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초과하는 지원을 할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공공발주를 통해 일감을 몰아줘 우회지원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히 대우조선 방산부분을 분사하고 지분 일부를 매각해 회사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방안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이번 대책이 사실상 대우조선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