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노조·소액주주 반발 잠재워야

통합 KB증권을 이끌 수장으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낙점됐다. 합병 후 KB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증권사로 거듭난다. 단숨에 증권사 자본순위 3위로 치솟는 것. 증권업계의 지형을 바꿀 KB증권의 중심에 선 두 사장의 임무도 그만큼 막중하다.


(왼쪽부터)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각사
(왼쪽부터)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각사

◆복수대표체제로… 개성 살려 ‘시너지’
지난 1일 현대증권은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통합 KB증권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을 추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앞서 KB금융지주가 통합 KB증권의 수장을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는 두 현직 사장 외에 통합추진단장을 맡은 이동철 KB금융 전무,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장, 양호철 전 모건스탠리 한국대표 등이었다.


KB금융지주가 이들 중 기존 사장들을 대표로 내정한 이유는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양사의 안정을 추구하면서 합병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통합 KB증권은 윤 사장과 전 사장의 공동대표가 아닌 복수대표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공동대표는 회사의 중요안건을 처리하는 대표권한을 행사할 때 두 대표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복수대표, 즉 각자대표의 경우 맡은 업무분야별로 각자 대표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이다. 누가 회사 어느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느냐에 따라 통합 KB증권의 색깔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 같은 체제가 앞서 3인 대표체제를 구성한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사례에 영향을 받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서는 개인 증권중개업무(Retail Brokerage)에 강한 현대증권 출신 윤 사장이 자산관리(WM)부문 대표를, 법인영업(Wholesale)에 강점이 있는 KB투자증권 출신 전 사장이 투자은행(IB)부문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시너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대표권한과 관련된 세부사항은 다음달 15일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상정과 함께 결정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WM, 기업투자금융(CIB) 등 그룹 시너지 관련 새로운 전략과제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합병의 원활한 추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윤 사장과 전 사장을 통합 KB증권 부문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증권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아온 정통 증권맨으로 금융투자업의 주요 핵심업무를 두루 경험하면서 균형있는 시각과 리더십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전병조 사장은 행정고시를 패스한 관료 출신으로 KB에서 IB부문의 전문성을 활용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원만한 내부통합 ‘최우선’… 임기도 ‘걱정’

두 대표의 개성이 강한 만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도 확연히 다르다. 이 두 회사를 조화롭게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두 대표가 짊어진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선 가장 민감한 연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증권 직원의 평균 연봉은 9700만원이다. 반면 KB투자증권은 8010만원으로 현대증권보다 17.7% 낮은 수준이다.

앞서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직원의 연봉을 6% 줄이고 KB투자증권 직원의 연봉을 7% 올려 임금수준을 맞추는 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난달 현대증권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합병할 때는 두 회사 중 평균임금이 높은 곳을 기준으로 제도를 만든다”며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할 때도 임금이 높은 우리투자증권에 NH농협증권이 맞췄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도 넘어야 할 산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창립 8주년 기념식에서 “일 잘하는 직원이 칭찬받고 대우받을 때 조직에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하면 된다’는 동기부여도 된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방법적인 측면에서 현대증권 노조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 강성으로 꼽히는 현대증권 노조와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윤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외부적으로는 현대증권 소액주주들과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지난 8월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와 주식교환을 결정하고 주당교환가액을 현대증권 6766원, KB금융 3만5474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증권 상장폐지 후 KB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기 위해 산출한 현대증권의 주당가격은 9100원이다. 무려 34%나 가치가 올라간 것. 이에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통합 KB증권의 현안을 해결하기엔 두 사장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신임 회장이 부임하면 계열사 주요 보직을 자기 사람으로 채울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 KB금융에 인수된 KB손해보험(옛 LIG손보)은 기존의 김병헌 사장을 유임시켰지만 김 사장은 6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KB금융 부사장 출신인 양종희 현 KB손보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윤경은 사장과 전병조 사장에게 남은 시간을 가늠하긴 힘들지만 그 기간 동안 통합 KB증권의 시금석을 마련하는 건 두 사람의 몫이다.

☞프로필
윤경은 대표
▲제랄드 한국지사 입사 ▲굿모닝신한증권 법인선물옵션부 상무대우 ▲신한금융투자 트레이딩그룹 부사장 ▲솔로몬투자증권 대표이사 ▲현대증권 홀세일부문장 부사장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전병조 대표
▲행시 29회 ▲재정경제원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NH투자증권 IB부분 전무 ▲KDB대우증권 IB부분 대표 부사장 ▲KB투자증권 IB부분 대표 부사장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