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장 후임 인선작업이 안갯속이다. 권선주 행장의 임기가 다음달 27일 만료되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차기행장 인선에 난항이 예고된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한 국책은행으로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은행장을 임명한다. 문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경제부총리 발탁으로 금융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점이다. 한달 사이에 금융위원장과 기업은행장 선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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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본점. /사진=머니투데이 DB |
은행 내부에선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권선주 현 행장에 이어 내부인사 승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2대째 내부승진으로 은행 실적이 대폭 개선됐고 낙하산 인사에 강력투쟁을 예고한 노조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어서다.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있으나 연임 전례가 거의 없고 현정부 마지막 인사라는 점에서 행장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오리무중인 기업은행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를 살펴봤다.
◆3연속 민간은행장 나올까
차기 행장 인선작업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금융 유관부처 관료의 인사변동 여부다. 정권 말 특성상 여전히 기업은행장 자리에 유관기관의 문호가 열려있다. 기업은행은 1961년 설립된 이후 2000년대까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출신 은행장이 이끌었다.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을 표방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수장을 관료 출신이 독점한 것이다.
현재 관료 출신 행장후보로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거론된다. 앞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기업은행장 내정설이 돌았으나 임종룡 위원장이 “현 전 수석의 내정설은 근거가 없다”고 밝혀 내정설이 사그라들었다.
내부 출신 은행장이 이뤄낸 경영성과가 금융당국에 얼마나 전해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준희 행장 선임 때부터 내부 임원들이 일궈낸 경영성과가 행장 인선 시 평가항목에 포함돼 현 임원들의 내부승진을 기대할 만하다. 조 전 행장은 2009년 말 윤용로 전 행장 시절 수석 부행장을 맡으면서 기업은행이 금융위원회와 ‘공공기관 경영자율권 확대 금융기관’ 계약을 할 때 실무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기업은행에 인사·조직·예산 등의 자율권을 부여했고 조 전 행장은 윤 전 행장과 함께 연체대출채권비율, 1인당 대출금, 중소기업자금공급 등에서 합격점을 받아 기업은행의 경영자율권을 받아냈다.
최근 권 행장과 함께 일한 임원진의 실적도 눈에 띈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소매금융사업을 펼쳤고 지난 3년 동안 매년 1조원 이상의 높은 순이익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행장 후보로는 박춘홍 전무이사(수석부행장)와 이상진·김도진·시석중 부행장, 유석하 IBK캐피탈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특히 박춘홍 전무는 유력한 행장 후보로 권 행장 임기만료 시 차기 행장이 나오지 않으면 행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그러나 어디 출신이 차기 기업은행장이 되든 연내 금융위원장이 정해진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임 위원장 후임을 정해야만 기업은행장 인선작업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신임 금융위원장이 선임되더라도 바로 기업은행장 제청권을 행사할지 정해진 게 없다”며 “어느 때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이 따가워 행장 후임을 심도 있게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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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기업은행장. /사진=뉴스1 DB |
◆‘낙하산방지법’이 변수
마지막 변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인 ‘낙하산방지법’ 통과 여부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은행장 선임조건이 강화된다.
낙하산방지법에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검사대상 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금융 관련 분야 교수 또는 연구원으로 5년 이상 일한 사람 ▲금융 관련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금융 관련 공공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 후 3년 이상 지난 사람 등으로 국책은행 임원요건이 추가됐다. 현행법은 임원의 결격사유만 규정하고 있다.
국책은행장에 금융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반대하는 이 법안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사례가 문제로 지적되면서 발의됐다. 홍 전 회장은 금융회사 재직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으로 산업은행 회장에 선임된 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도 국책은행 낙하산방지법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국책은행장은 감사·이사 등 연쇄 낙하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해당 법안이 상임위인 정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려면 여당의 동의가 필요한데 여야가 갈등을 빚는 상황이어서 올해 안으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국책은행장 조건을 엄격히 정해야 한다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며 “연말까지 법안이 상정되면 기업은행장 선임에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 행장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선 다수의 은행장 교체가 이뤄진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다음달 30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내년 3월5일,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내년 3월31일 임기가 끝난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3월24일 임기가 만료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