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의 의도 파악하는 '인텔리전트 AWD'


/사진제공=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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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직립보행은 효율적이다. 네발로 걷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에너지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마라톤 거리인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포유류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직립보행하는 인간도 땅에 손을 댈 때가 있다. 등산을 하거나 미끄러운 곳을 걸을 때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땅이나 구조물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간순간 두 다리와 두 팔에 다른 힘을 가하며 무게중심을 이동시킨다.


자동차도 이와 마찬가지다. 잘 포장된 도로를 직선으로 달릴 때는 전륜이건 후륜이건 두 바퀴에만 힘을 줘 굴리고 나머지 바퀴는 그저 차체가 움직임에 따라 구르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비포장도로나 곳곳이 얼어붙은 도로, 급격한 코너링의 상황에서는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네 바퀴의 동력이 다르게 가해진다면 움직임이 훨씬 안정될 수 있다. 최근 많은 프리미엄브랜드가 AWD(All Wheel Drive)에 집중하는 이유다.

◆ 네바퀴 굴림 알고리즘의 발전


최근 BMW코리아가 실시한 xDrive 체험행사에 다녀왔다. xDrive는 BMW가 사륜구동에 붙이는 브랜드명이다. 대부분의 기술선도 브랜드가 사륜구동 기술을 적극 개발한다. 벤츠의 4매틱, 아우디의 콰트로 등이 모두 네바퀴를 굴려 주행안정성 향상을 추구하는 사륜구동브랜드들이다. 다만 각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BMW의 xDrive는 험로주행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포티한 운전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그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다양한 전자신호를 입수하고 이를 알고리즘으로 풀어내 다양한 주행상황에 알맞은 구동력을 배분해내는 것이 특장점이다.


BMW는 1985년 출시한 2세대 3시리즈 알라드(Allrad)에 최초로 상시사륜구동시스템을 탑재했다. 비스커스 커플링을 통해 바퀴의 회전수 차이가 발생하면 전후좌우의 구동력이 조정되는 방식이었다. 이어 1991년에 출시한 525iX모델에 처음으로 ‘전자식 사륜구동’이 도입됐다. ABS 휠스피드센서에 감지되는 신호를 바탕으로 주행상황을 분석해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배분하기 시작한 것.

BMW는 전자장치를 통해 더욱 다양한 주행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DSC와의 연동이다. 차체를 제어하기 위한 DSC(Dynamic Stability Control)기술과 결합하며 사륜구동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 더욱 다양해졌다. 단순히 바퀴회전 속도 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 각도와 액셀레이터 위치, 측방향 가속도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DSC에서 얻얻게 됨으로써 거의 모든 주행상황에 대한 대비가 이뤄진 것.


이후의 xDrive는 험로탈출보다 다이나믹한 주행을 보조하는데 중점을 두기 시작한다. 2007년 X6를 처음 선보이며 BMW는 xDrive를 DPC(Dynamic Performance Control) 시스템과 결합시켰다. 스티어링휠 각도와 주행 속도를 고려해 후륜 좌우 구동력을 조절한다.

이런 기술은 최근 몇년간 다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2014년 BMW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i8에서 eDrive를 선보였다. 전륜은 모터가, 후륜은 엔진이 구동력을 각각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어 지난해 출시된 신형 7시리즈에서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을 xDrive와 결합시켰다. 급 코너링시 후륜이 반대방향으로 조향해 회전반경을 넓히고 차선변경 등의 상황에서는 전륜과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BMW 관계자는 “계절과 주행조건에 관계없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BMW 특유의 역동적 주행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BMW는 xDrive는 물론, 그보다 앞선 사륜구동 시스템에서도 한결같이 이런 방향성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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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 의도를 간파하는 차
이날 행사에서는 xDrive가 빛을 발하는 상황 테스트와 오프로드 주행 등이 준비됐다. 먼저 조수석쪽 뒷바퀴를 제외한 세바퀴가 롤러에 올라 슬립이 일어나는 상황의 시험이 준비됐다.

이륜(전륜)구동의 차라면 외부에서 힘을 줘 견인하지 않으면 탈출이 불가능하다. 고정식 사륜구동의 경우 이 상황에서 한바퀴의 구동력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지만 25%의 힘만으로는 차량의 탈출이 쉽지 않을 뿐더러 진행방향에 영향을 받기 쉽다.

같은 상황에서 xDrive가 적용된 차량은 어떨까. X4 30d xDrive를 타고 이 코스를 탈출해봤다. 악셀을 밟자 왼쪽으로 꺾일 듯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직선을 유지한채 롤 코스를 탈출한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스티어링 각도와 바퀴의 슬립상태를 계산해 마찰력이 발생하는 바퀴에 모든 구동력을 몰아준 뒤 앞바퀴에서 마찰이 감지되면 즉시 구동력이 다시 배분돼 직진 방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진제공=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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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험로주행 뿐 아니라 일반주행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고속 코너링 등의 상황에서 왼쪽으로 코너를 돌 때 오른쪽 바퀴에 더 많은 구동력을 실어주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안쪽 바퀴의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기도 한다. 이런 느낌 때문에 자동차 마니아들은 BMW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도를 간파해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어 X5 xDrive 30d 모델을 타고 소남이섬 주변의 오프로드를 달렸다.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길은 지난 밤 내린 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계기판엔 노면이 미끄럽다는 경고등이 계속 켜져 있었지만 마치 온로드를 달리듯 시속 60km이상의 속도로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었다. 


사실 xDrive가 구동력을 배분하는 과정을 운전자가 느끼기 힘들다. 그만큼 매끄럽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만일 이 코스를 일반 이륜구동차로 달렸다면 운전자는 수십배의 긴장감을 가졌어야 할 것이다.


이석재 BMW코리아 트레이닝 아카데미 제품·세일즈 교육 담당 매니저.
이석재 BMW코리아 트레이닝 아카데미 제품·세일즈 교육 담당 매니저.

미니인터뷰 - 이석재 BMW코리아 트레이닝아카데미 제품·세일즈 교육 담당 매니저


Q. 고객들의 xDrive 선택 비율이 얼마나 되나.
A.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BMW 차량 3대 중 1대(36%)에 xDrive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다. BMW는 X시리즈뿐 아니라 1시리즈에서 7시리즈에 이르는 폭넓은 라인업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선택가능하다. 특히 국내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 판매된 차량의 42%가 xDrive를 탑재했다.
Q. 타사 상시사륜시스템과 비교해 BMW xDrive가 강조하는 점은?
A. 물론 다른 회사에서도 상시사륜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훌륭한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도 많다. 특히 오프로드 전문브랜드들의 경우 험로탈출의 측면에서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xDrive는 BMW의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더욱 안정적이고 쾌적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계절과 노면상태에 관계없이 BMW의 주행감각을 만끽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xDrive를 찾는다.

Q. BMW그룹 산하 미니브랜드에도 All4 시스템이 있다. 차이점은?
A. 기본적으로 미니의 All4 시스템은 xDrive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차이가 있다면 BMW xDrive가 후륜구동 기반인 반면 All4 시스템은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