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근 /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
중국산 철근 /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


가격이 가장 큰 무기였던 중국산 철강. 그동안 원가절감 차원에서 중국산을 써온 국내업체들이 국산제품으로 갈아타는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중국 내 철강업계 구조조정과 함께 원자재 값 인상 여파로 중국산 철강제품가격이 꾸준히 오른 탓이다.
10일 한국철강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 철강제품의 가격 움직임은 올 여름 시작돼 가을부터 본격화됐다. 그동안 밑바닥 수준의 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지난 9월엔 대형철강사의 합병승인 등의 이유로 가격하락세가 둔화됐다. 이후 10월 들어 매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9월 원자재값은 철광석이 56.5$/dmt, 원료탄(hcc) 179$/dmt였다. 올 초와 비교하면 각각 32.3%, 145.5% 증가했다. 9월1일부터 22일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철강재는 86만7000톤으로 지난 8월보다 10.5%가 줄었지만 지난해 9월보다 1.0% 늘었다. 금액으로는 8월보다 4억6400만달러로 7.4% 감소, 지난해 9월보다 2.0% 증가했다.


10월 마지막주 철광석 가격은 64.2$/dmt, 원료탄(hcc) 220.4$/dmt다. 연초대비 각각 50.2%, 201.0%나 올랐다. 중국 수입량은 105만9000톤으로 지난해보다 13.1% 줄었고, 수입액도 5억5500만불로 지난해와 비교해 11.9% 감소했다.

철광석은 말 그대로 철 성분을 포함한 광석이며 원료탄은 용광로에서 철을 분리시켜 쇳물을 만들 때 필요한 원료 중 하나다. 특히 원료탄은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서 결국 두 원재료 가격이 최종제품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0월 들어 중국업체를 비롯해 글로벌 철강회사들이 잇따라 가격인상을 발표한 것도 원자재값 상승 탓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에선 중국산 철강재 가격상승에 따라 재고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가격인상에 부담을 느낀 철강 유통업체들이 계약을 미뤄 국내 중국산 재고가 부족해진 탓이다. 게다가 주문한 다음 제품을 받기까지 1달 이상이 걸리는 점도 한 이유다.


이런 이유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산제품의 주문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은 제품 종류에 따라 이르면 3주 내로 받을 수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초경량 자동차 프레임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개발한 초경량 자동차 프레임 /사진=포스코 제공

이와 함께 중국 바오산강철의 강판을 일정 부분 써온 한국지엠이 최근 포스코 물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황상 국내 자동차업계도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한국지엠은 포스코의 강판이 대거 적용된 말리부 판매량이 늘어난 점을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강판은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사소한 요인에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건축용 등에 쓰이는 일반재는 유통업체가 많아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당장 한숨을 돌린 분위기지만 결국 정부가 철강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방안처럼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은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강점이어서 업체들은 불량이나 재고에 대한 부담을 안고도 구입해왔다”면서 “대부분 업체가 가격을 올렸지만 중국산 가격이 크게 올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국산을 쓰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원자재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업체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중국산 제품이 일본시장을 넘보지 못하는 것처럼 국내업체도 제품의 차별화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