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운명이 마치 바람 앞의 등불 같다. 최근 한달여간 휘몰아치듯 쏟아진 뉴스들은 온 국민을 절망과 좌절에 빠뜨렸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시기에 ‘행복’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요즘 같은 시국에 행복에 웬 말이냐고 묻는다면 이런 시국이라 더더욱 행복을 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이 책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를 통해 말이다.
출간 즉시 영국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BBC, 가디언 등의 추천을 받은 이 책은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의 원천을 알려준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행복연구소 CEO를 맡고 있는 저자 마이크 비킹은 자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가 ‘복지’도 ‘교육의 질’도 아닌 ‘휘게’(hygge)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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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좀 낯선 단어인 ‘휘게’는 ‘웰빙’을 의미하는 노르웨이 단어에서 유래한 덴마크어다. 덴마크 사람들은 “휘겔리한 시간 보내세요”, “만나서 정말 휘게합니다”, “정말 휘겔리한 거실이군요” 같이 사용하는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안온한 시간, 분위기를 의미하는 말이다.
유럽의 복지환경이면 행복지수가 높은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비슷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는 유럽 국가 가운데 유독 덴마크가 행복과 관련된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한다. 같은 조건 안에서도 ‘조금 더’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덴마크 사람들인 것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휘게’에 있다.
이를테면 덴마크 사람들은 심각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누군가 “자, 지금부터 휘게하자”라고 말하면 오로지 ‘행복하자’라는 일념으로 모두가 노력한다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 내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바로 휘게다.
책에서는 휘게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소개하는데 ‘휘게를 위한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 분위기(조명을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현재에 충실한다.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커피·초콜릿·쿠키·케이크) 4) 평등(‘나’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한다) 5) 감사(만끽하라) 6) 조화(무엇을 성취했든 뽐내지 않는다) 7) 편안함(휴식을 취한다) 8) 휴전(감정 소모는 그만!) 9) 화목(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계를 다진다) 10) 보금자리(이곳은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어지러운 현실을 살아가는 한국 국민들에게 ‘휘게’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에 대한 환멸과 우울감이 높아져 모든 것을 외면하게 되기 전에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챙기자.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 강력한 힘을 지속하려면 ‘휘게’를 통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내면의 에너지를 회복해야만 할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비록 세상에는 어지러운 폭풍우가 휘몰아치더라도, 문을 꼭 닫고 ‘휘게’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지켜낸 ‘휘게’한 시간이 앞으로의 우리를 지켜낼 거라고 말이다.
마이크 비킹 지음 | 정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