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18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등 최씨 일가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삼성 서초사옥 압수수색 및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 등에 이은 조치로 ‘삼성 수난사’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오전 9시38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장충기 사장은 “최씨를 만난 적 있느냐”, “정씨를 특혜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이동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에 지난해 9~10월 삼성 자금 280만유로(약 35억원)가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명목상 이 돈은 컨설팅 비용으로 제공됐지만 실제로는 정씨가 혼자 사용한 말 ‘비타나V’를 사는 등 정씨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은 장 사장에게 삼성이 최씨 모녀 측에 거액을 건넨 경위, 결재 라인,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삼성전자에게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했다는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법인은 최씨 둘째언니 최순득씨 딸인 장시호씨가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날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삼성 서초사옥에 위치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장 사장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또 박 사장과 황 전무를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이 부회장도 지난 13일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중에서 삼성이 유독 검찰의 집중 타깃으로 선정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혹시나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까봐 삼성에 대한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