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한자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자 학습만화는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꼽히고 있고 한자 급수 시험에 응시하는 초등학생들도 상당수다. 교육부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추진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자어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일부 한글 세대 학부모들은 어떻게 한자 지도를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습연구소 최형순 소장은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 개념들이 한자어에 바탕을 두고 있어 한자를 이해하면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현장 안팎에서 한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 이라며 “하지만 조바심으로 무리하게 교육을 시키기 보다는 아이가 한자에 흥미를 갖고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수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한자 교육에 궁금증이 많은 학부모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습연구소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한자 교육 노하우를 공개한다.

◆한자 공부의 시작? 한자의 원리 파악하여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자를 처음 학습할 때에는 그림을 그리듯 한자를 쓰며 놀이처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한자는 사물의 모양이 변해서 이루어진 글자이다. 또한 글자가 응용ž파생되면서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글자의 근원을 알고 직접 그리면서 익히면 오래 기억에 남고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힘을 쓰는 팔 모양을 보고 ‘힘 력(力)’을 그려보고, 밭 모양을 떠올리며 ‘밭 전(田)’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것을 알았다면 밭을 가는 팔에서 ‘남자 남(男)’이 만들어 졌음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접하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글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떠한 공부이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인데 유의할 점은 한자 역시 또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TV를 보거나 길을 지나가다 배운 한자가 나오면 자리에서 되짚어 물어보고,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힘들어하는 글자는 빼두었다가 다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한자어는 낱글자가 아닌 어휘 위주로 학습하도록 한다. 어휘를 활용하여 한자를 배우면 개별 한자를 익히면서도 이미 익힌 한자의 뜻을 활용하여 배우지 않은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초등학생들이 ‘洋(큰 바다/서양 양)’, ‘食(밥 식)’ 자를 배웠다 하더라도 ‘洋食(양식)’라는 어휘를 접했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식(洋食)’이 ‘洋(큰 바다/서양 양)’자와 ‘食(밥 식)’자로 결합되어 ‘외국(서양)에서 들어온 음식이나 식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배우게 되면 개별 한자로 익히는 것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양말(서양식 버선), ‘양궁(서양식으로 만든 활)’ 등 교과서 속 문장이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단어의 참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또래에 비해 어려운 단어를 쉽게 학습하게 된다.

◆학년에 따른 한자 학습법

◎ 초등 저학년(1~3학년), ‘생활 한자 익히기’ 중심으로 학습과 놀이를 병행하면 도움
▶ 물건에 한자 이름표 붙이기
집안에 있는 물건 중 한자어로 이름이 붙여진 물건에 한자 스티커를 붙여두고 자연스럽게 한자와 친숙해지도록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물건과 글자의 연관성을 통해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 냉장고에 ‘차가울 랭(冷)’을, 돼지저금통 앞에 돈(豚)‘을 붙이는 등 집안의 물건에 한자를 붙여 놓거나 자녀가 자주 사용하는 교과서 주요 과목에 한자로 표기해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때 한자를 억지로 외워서 쓰게 하지 말아야 하며 물건에 붙어있던 한자들만 모아 읽어보며 맞춰보는 게임 형식으로 복습하는 정도가 좋다.

▶ 한자 카드 사용하기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중심으로 앞면에는 한자만 제시하고 뒷면에는 한자와 더불어 소리와 뜻을 써 넣는 방식으로 한자카드를 만들어 한자를 익히도록 한다.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 보다 직접 만들어 보는 방법이 좋은데, 한자 카드를 만들 경우 생활과 관련한 단어 즉, 주요 과목의 이름, 요일, 가족의 이름, 동화책의 제목, 물건의 명칭 등을 중심으로 카드를 만들어야 효과적이다. 획수가 조금 복잡하고 어렵다 하더라도 한자를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닌 단계이므로 한자를 보고 어떤 글자인지 구별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생활일기를 쓰고 있다면 일기에 사용된 낱말 중에서 한자어로 이루어진 단어를 찾아 낱말카드로 만들어준다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 초등 4~6학년, ‘한자 어휘력 향상’과 활용도 높이는 연습 시작
▶ 국어사전을 활용한 한자 일기쓰기
초등 고학년 시기에는 한자 어휘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학습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한자 일기쓰기를 추천한다. 일기의 내용을 모두 한자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쓴 일기에 사용된 단어 중 2~3단어 정도만 한자어를 찾아 밑줄을 긋고 어떤 한자로 이루어 졌는지 쓰는 방법이다. 단어를 모두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어사전을 활용하면 좋다. 한자와 단어의 뜻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예문을 통해 단어 활용법도 파악할 수 있다. 이때 단어를 한자로 바꾸어 쓰는 것은 반드시 일기를 다 쓴 후에 하도록 하며, 한자 찾기로 인하여 일기 쓰기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므로 한자를 반복하여 쓰게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 한자 익히기 애플리케이션 활용하기
한자카드 만들기가 부담스럽고 비효율적이라 판단되면 한자 학습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게임형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있고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어 효과적이지만 이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나 방법에 대하여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며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유료라는 점도 감안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다.

▶ 교과서와 어린이 신문을 통해 한자 NIE(Newspaper In Education) 해보기
어린이 신문이나 교과서를 활용해 한자 NIE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신문이나 교과서에 나온 문장 속 단어, 이를테면 국사에 나오는 왕의 이름이나 사회제도, 과학에 자주 나오는 ‘자외선’, ‘망원경’ ‘관찰’ 등을 한자로 바꾸어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한 문장 안에서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교과 용어를 중심으로 한자로 바꾸어 보면 단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