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동시에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 은행과 공동구매한 집값, 카드 값 갚느라 사이버머니로 전락한 월급, 과소비하는 것도 아닌데 매달 부족한 생활비, 자산은 있지만 정작 현금이 없는 하우스푸어까지… 왜 우리는 매일 돈 걱정을 하며 살아야 할까.

빚을 지고 싶어서 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결혼을 하려면 전세든 월세든 집이 필요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지금 소득으로는 빠듯하고…. 어쩌다 우리가 빚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심각한 수준의 국가 부채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하지만 빚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잘만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서평] ‘빚테크’로 목돈 만드는 법

사실 빚은 화폐보다 먼저 탄생한 시스템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예일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 초기의 화폐는 갚아야 할 금액을 적어놓은 일종의 차용증이다. 애초에 빚이 있었기에 화폐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

KBS에서 20년 넘게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해온 박종훈 기자는 <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에서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한 생존 기술이 바로 ‘빚 관리’라고 말한다.
‘빚을 관리하는 기술’ 즉 ‘빚테크’란 우리 주변에 숨은 빚의 정체를 파악하고, 빚을 적절히 통제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책은 계획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방법을 5단계로 설명하고,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대출이자를 줄이는 노하우를 담고 있다.


특히 관심 있게 본 것은 ‘빚테크 시스템’이다. 재무구조와 소비습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가계 재정의 새 판을 짜는 전략이다. 기본 원칙은 ‘지출은 최대한 불편하고 어렵게’ 만들고 ‘저축은 최대한 쉽고 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통 재테크라고 하면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고 매일 가계부를 작성해야 하는 등 귀찮고 어렵게 느껴진다. 저자는 어떤 일이든 가장 간단하고 쉬워야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넛지’ 마케팅에서 착안해 ‘빚테크 시스템’의 원칙을 만들었다.

이 원칙에 따라 생각하면 지출을 편하게 만드는 신용카드는 없애는 것이 당연하고, 자신이 쓰는 돈과 버는 돈을 한눈에 파악하려면 통장 여러 개를 관리하며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보다 통장 2개를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낫다.


또한 이 책은 저금리시대에 필요한 재테크 전략도 놓치지 않았다. 목돈을 굴리려 해도 금리가 1%인 시대에 어떻게 해야 돈을 불릴 수 있을지 막막했다면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경제 분석을 참고하자.

경제 데이터와 탄탄한 이론적 기초를 바탕으로 집값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 집은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는지, 꼬마빌딩·상가 등의 임대시장이 왜 현재 주목받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따라서 재테크나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