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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아이들이 광장에 앉아 있다. /사진=서대웅 기자 |
이날 오후 4시 눈이 비로 바뀌어 내렸지만 광화문광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로 북적였다. 경북 봉화에서 온 권영서씨(48)는 “나라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행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안지수씨(25) 역시 “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온 천병영씨(50)는 자신을 화물노동자라고 밝힌 뒤 “대통령이 나하고 놀면 말이 안되지 않냐. 대통령은 장관, 정부 관료들과 정책을 짜야 한다”며 “그런데 일반인(최순실)과 이 나라를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나서 왔다”고 말했다.
◆“역사적 순간, 자녀와 함께 하고자”
이날은 눈비가 오고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지만 시민들은 기꺼이 자녀를 데리고 나왔다. 시민들은 이날 촛불집회를 ‘역사의 순간’이라고 인식했다. 자녀에게 이런 현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고 생각했으며 자녀가 성장한 뒤 ‘행동하는 시민’이 되길 바랐다.
제주도에서 11살·9살 자녀와 집회에 참여한 김영실씨(39)는 “이 나라가 혼란스럽고 불안이 심해져 집에 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며 “나중에 역사책에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역사의 산증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14살·7살 자녀와 함께 온 권주희씨(39)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본인들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에게 광화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미경씨(38) 역시 “아이가 크면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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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 아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서대웅 기자 |
이상규씨(42)는 “뉴스 보면서 말만 하는 것보다 자녀에게 엄마아빠가 직접 행동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잘못된 대통령을 뽑은 저희 잘못도 있는 게 아니냐”며 “주권자로서 책임이 크다는 걸 느꼈고, 느낀 것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엄마아빠도 뭔가를 고치려 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전해주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