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유료방송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케이블TV 권역 폐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점진적 폐지를 예고했지만 케이블TV업계는 케이블TV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료방송 종합발전방안은 지난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현재 전국 78개 권역으로 나눠진 케이블TV의 권역 제한을 없애는 게 골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 미래부 “출구” vs 케이블TV “쇠퇴”
미래부는 케이블TV 권역에 대해 케이블이 유일한 유료방송사업자였던 20년 전에 만들어져 현재의 시장상황이나 제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내 케이블방송시장은 90개 사업자가 각자 정해진 권역 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년 1월 기준, 케이블사업자는 78개 권역에서 총 1441만 가구에 지역채널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기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M&A를 불허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21개 구역에서 경쟁제한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해 케이블TV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에 미래부는 유료방송사업자간 M&A가 가능하도록 권역폐지 방안을 내놨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어느 지역에서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자 이번에는 케이블TV사업자들이 폐지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가 케이블TV사업자들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지역사업권 폐지는 오히려 IPTV사업자의 판로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M&A가 무산되자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평가 기준인 78개 권역에 대해 공개질의서를 보냈던 것과 다르게 권역폐지를 반대하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케이블TV는 퇴출, IPTV는 특혜”

이들은 사업권역제한 폐지가 케이블TV사업자들의 출구를 열어준다는 취지와 달리 지역사업권의 가치를 떨어트려 시장에서 ‘헐값’으로 퇴출되게 만들고 IPTV사업자에게 편향된 특혜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그간 M&A 협상과정에서 지역사업권의 가치를 인정받아 가입자당 가치를 평가했는데 권역이 폐지될 경우 이 같은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IPTV사업자가 1개 케이블방송만 사들인 뒤 다른 지역으로 사업권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즉 IPTV사업자가 소규모 케이블방송을 인수해 케이블 면허를 획득하고 권역을 확장하면 케이블TV사업자들은 IPTV의 자본과 마케팅·유통 역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아울러 케이블TV사업자들은 케이블TV가 지역성을 구현하는 유료방송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IPTV나 위성과 달리 지역채널을 운영하면서 지역 시청자의 복지나 지역문화의 다양성 제고, 지역정보 제공의 의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 만약 권역을 폐지하면 케이블방송이 지역채널을 운영할 이유도 없으며 정부의 강제가 있다 하더라도 지역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 방송복지 구현을 위해서 권역 폐지는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성은 방송정책의 중요한 목표와 철학 중 하나”라며 “지역사업권을 불허하면 케이블방송이 지역채널의 운영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 지역민들은 지역에 대한 정보도 받기 힘들어지고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회견장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제2차 유료방송 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회견장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제2차 유료방송 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첨예한 찬반, 복수 방안 나올까
반면 권역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로 예상되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전국사업자와 지역사업자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이 완료되면 IPTV와 케이블TV의 허가체계가 단일화되면서 권역이 무너지기 때문.

연구반에 참여중인 한 교수는 “이미 IPTV라는 전국사업자가 존재하고 사실상 전국적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제도가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디지털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에선 지역분할이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권역폐지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한 IPTV업체 관계자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도 “그간 케이블사업자들이 상황에 안주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 권역폐지로 M&A나 사업 대형화 등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권역폐지가 복수의 방안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권역유지vs권역폐지' 혹은 '장기적 권역유지vs단기적 권역유지’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역사업권 폐지가 정부의 유료방송종합발전방안에 포함되면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든 장기든 권역폐지안이 발전방안에 포함되면 사업권의 가치가 하락한다”며 “시간을 두고 전문가·사업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