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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사진=임한별 기자 |
하지만 같은 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선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또한 내년엔 세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인상, 한국은 왜 동결했나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FOMC는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 FOMC 발표 후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은은 2014년 8월과 10월 두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금리를 사상 처음 1%대인 1.75%로 떨어뜨렸다. 같은 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감염 사태가 발생, 기준금리를 1.50%로 추가 인하했고 1년 만인 지난 6월 다시 0.25%포인트 내린 뒤 현 1.25% 수준을 유지 중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 역시 국내 가계부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부분에 있다.
이미 지난 10월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대출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주가 금리인상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더라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금리도 뛸 가능성이 커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2~3회 미국 금리인상 예상, 한국도 인상 불가피
미국이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내년에는 3회 정도 인상할 것임을 예고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옐런 의장은 “내년 금리인상은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내년에 세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정도로 빠르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의 다양한 경제지표가 Fed의 목표 값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지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다.
한은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조로 내세우며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카드를 번갈아 사용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조치를 취한 이후 동결 결정을 이어가며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12월 이후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한은은 지난 6월 선제적으로 금리인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내년부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이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세차례 올린다면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0.5~0.75%며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다. 한국 기준금리가 동결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2회 더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진다. 한은이 내년에도 금리동결을 유지하고 미국이 세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를 역전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별개로 우리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게 한은 입장이지만 이렇게 되면 한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면 자본유출 현상을 사실상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타이후이(Tai Hui)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보면 1년에 8번씩 했지만 올해는 성장속도가 느려서 적게 한 편”이라며 “보통은 회의 때마다 금리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내년에 경제상황이 양호하면 점진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환경을 고려했을 때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 전체가 압박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3개월간 6조3340억원이 국내증시에서 빠져나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됐던 지난 11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은 주식 1조1900억원가량 매도했다.
미국은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내년 기준금리 인상도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국은 부진한 경제지표와 함께 역대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