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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추가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당·계파와 무관하게 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시사했다. 여권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총장이 다음달 귀국을 앞두고 이같은 의견을 밝힘에 따라 대선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총장은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이나 계파 등이 무슨 소용인가. 어떤 종파, 계층과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은 먼저 "국민들이 선정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 느끼고 있고 사회에 쌓였던 적폐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요청을 해 오고 있는 것을 듣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진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반기문 총장은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은 깊이 생각을 안 해 봤다"면서도,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1월 중순 귀국해서 각계 지도자 만나보고,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앞으로 다양한 연대 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예고했다.
반기문 총장은 자신 역시 배신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배신이라고 일부에서 생각하는데 그야말로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본다.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정부 밑에서 일하기 전에 일체 관계가 없었다. 생면부지다. 저를 외교 보좌관으로 발탁하고 외교 장관까지 임명하고 유엔 사무총장 되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 이것은 인격을 모독해도 의도가 있는 모독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등은 올해 반기문 총장의 국내 방문 당시 노무현 대통령 묘소부터 찾아야 한다며 반 총장을 비난한 적이 있다.
반기문 총장은 "2011년 부산 국제회의 때 참배를 했다. 당시 문재인 봉하마을 기념사업회 회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강원도지사 등 여러분들이 왔었다. 권양숙 여사님과도 얘기하며 조의를 표했다. 매년 1월 초 새해가 되면 권양숙 여사님께 전화를 드렸다"며 배신자라는 비난이 정치적인 공격임을 거듭 강조했다.
대선 출마 의사에 대해서 반기문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역임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 몸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귀국 후 각계 국민들 만나서 말씀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출마 의사를 비교적 확고하게 밝혔다.
반기문 총장은 한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수백만 국민이 그들의 희망 염원, 분노를 촛불을 통해 나타냈다고 본다. 정치 지도자, 사회지도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을 해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19도 거쳤고 광주민주항쟁도 거쳤다. 32년 군사독재도 거쳐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부를 세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제도에 적폐가 쌓여있다. 이런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같이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기문 총장은 국민의 의사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동교동계니 비박이나 친박, 계파 등이 무슨 소용인가… 어떤 종파 계층과도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에서 총리에게 권한을 맡겼으니 황교안 권안대행을 예방하고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에 귀국을 신고할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