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비치터미널에 한진해운 선박이 정박해있다. /사진=뉴시스DB
롱비치터미널에 한진해운 선박이 정박해있다. /사진=뉴시스DB

스위스 MSC가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한다. MS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상선은 차후 일부 지분을 재인수한다는 방침이다.
21일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0일 저녁 MSC의 자회사 TiL이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운영법인 토탈터미널인터내셔녈(TTI)의 지분 54%를 인수하는 본계약(SPA) 체결을 허가했다.

미국법원과 미국 항만청의 승인, TTI 대주단의 동의 등이 완료되면 정식 매매계약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계약금은 납부하지 않은 상태다. MSC가 제시한 인수가격도 알려지지 않았다.


계약이 완료되면 현재 지분 46%를 보유한 MSC는 롱비치터미널의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향후 MSC로부터 지분 일부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측은 “현재 각 기관의 승인를 구하는 과정에서 MSC는 현대상선의 동의를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요청한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현대상선이 MSC와 함께 한진해운의 TTI 지분인수를 진행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이 애초의 계획과 달리 컨소시엄이 아닌 MSC인수 후 재인수 방침을 내놓는 것은 TTI 지분에 걸린 보증책임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개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주단은 이 대출금을 터미널 인수자가 떠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MSC가 이 대출금을 떠안고 지분을 전량인수하면 한진해운이 이런 조건을 감안한 가격으로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대상선 측은 “지급보증 책임을 굳이 감내할 필요가 없는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상선은 지난 19일 KDB산업은행을 대상으로 3000억 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현대상선 측은 이 비용이 ‘운영자금 및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과 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자산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