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서비스가 보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헬스케어서비스는 기업이 고객의 건강관리를 맡아 진료상담이나 병원예약 등을 대신해주는 부가서비스를 말한다. 헬스케어는 저금리와 손해율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보험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헬스케어서비스를 통한 고객정보가 보험사의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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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IoT 기술 결합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와 현대해상·메리츠화재 등 일부 손해보험사가 헬스케어서비스를 실시하는 가운데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도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화재는 2016년 2월부터 미국 애트나생명과 업무협약을 맺고 헬스케어 관련 컨설팅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를 통해 가입 고객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개인특성에 맞는 상품과 맞춤형 헬스케어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실험에 돌입, 마무리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는 개발작업을 완료한 후 관련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KB손해보험도 헬스케어서비스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양종희 KB손보 사장은 2016년 초 취임하면서 ‘7가지 중장기 전략과제’ 중 하나로 실버·헬스케어 사업추진을 꼽았다. 이를 위해 KB손보는 최근 KB골든라이프케어 자회사를 설립하고 강동구 성내동에 첫번째 사업장인 '강동케어센터'를 오픈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일종의 데이케어서비스센터로 노인요양과 관련한 전반적인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7년 말에는 요양시설인 케어홈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대해상은 암 특화 헬스케어서비스인 ‘암 메디케어’를 운영 중이다. 암 메디케어는 암에 대한 예방·치료·재발방지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구체적으로 개인별 맞춤 심리상담과 자가면역세포 보관, 퇴원 후 올바른 운동 및 영양관리, 암재발·전이예방을 위한 면역력 검사, 세포건강도 검사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헬스케어 스타트업기업인 ‘눔’이 운영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기존 자동차보험 고객의 경우 매월 무사고 고객을 대상으로 눔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할인가격에 이용하도록 했다. 또 고객의 걷기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첫 1개월 동안 목표한 걸음 수를 달성하면 주유권 1만원권을 지급한다.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이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과 결합한 여러 형태의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업계는 헬스케어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외 헬스케어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헬스케어산업이 신규 부가가치의 40%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고객은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를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와 질병 예방이 가능해지고 보험사는 손해율을 개선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포커S] '헬스케어'에 꽂힌 보험업계

◆의료계 '민영화 과정' 우려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를 놓고 논란도 일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보험사의 서비스가 의료행위인지 아닌지다. 이에 보험업계는 헬스케어 관련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관련 서비스산업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다양한 관련 규제가 존재해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헬스케어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령인구와 만성질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보험사에 허용되는 건강관리서비스 범위를 명확히 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방법 제안이나 약 복용 확인 및 관리, 식생활습관 개선지원 등 질병을 사전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는 비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보험연구원 측의 견해다.

특히 업계와 보험연구원은 고령인구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급속히 늘고 있는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규제정비로 헬스케어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의견에 정부는 조만간 의료행위가 아닌 질병 예방이나 건강유지 등 일반적인 건강관리서비스의 개념을 규정하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사는 헬스케어서비스를 통해 세부적인 고객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고객의 상세한 신체·질병정보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건강관리의 경우 공적으로 활성화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민영보험은 공적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정부가 건강관리영역을 민간자본에 허용키로 하면서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침해하는 이상한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의료민영화과정을 밟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또 지금은 헬스케어서비스가 보험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지만 앞으로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오는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헬스케어서비스에 투입되는 비용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험유지기간 동안 제공했던 헬스케어서비스 기간을 축소한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헬스케어산업이 성장의 시작단계인 만큼 대부분의 보험사가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 비용문제 등을 감안해 점차 서비스범위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서비스도 곧 비용이기 때문에 IFRS17을 앞두고 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