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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김기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뉴시스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 "청문회 나갔으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따귀를 때렸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오늘 저녁 방송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사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어제(26일) '시사자키'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폭로하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를 주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유진룡 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앞선 방송에서 유진룡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초대 문체부장관으로 지내면서, 문화예술계 인사를 관리하라는 청와대 비서실의 각종 압박 때문에 문체부 공무원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전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조특위 5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나 역시 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 큰 역할을 했고,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죄인인데, 남들 보는 앞에서 서로 잘했네 하며, 남의 죄를 고발하는 모습이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국회 청문회를 보니,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 하는 짓들 보니까 진정성도 없는데 저기 가서 내가 그들이 쇼하는데 소품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인격이 여물지 못해서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보면 혹시 따귀를 때린다든가, 하다 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 하는 걱정을 해 청문회 출연을 자제했다"며 농담조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디오방송을 통해 각종 의혹을 폭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김기춘 전 실장의 청문회 증언을 보면서 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얘기를 해야겠다. 어떻게든 사실 관계, 진실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 공무원들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그는 "정치 집단들은 항상 국가의 사무를 보고 있는 공무원들을 흔들려고 한다. 일부 부화뇌동하는 탐관오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공무원들은 정말 사명감을 갖고 양심적으로 열심히 일한다"며 공무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이번 일로 굉장히 마음이 상하겠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고 여태까지 가져왔던 것처럼 공정하고 양심적이고 정의롭게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들에 대해서 유 전 장관은 "이번에 정말 치사하고 기분 나쁜 일을 오랫동안 당하셨지만, 잠시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용기를 갖고 우리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모두 힘을 합치기 위한 노력을 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를 일부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