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동차보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력과 많은 인력을 갖춘 대형손해보험사가 우위를 점한 반면 중소형손보사는 시장점유율이 위축됐다.

최근에는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다른 대형손보사들도 이 흐름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손해율이 높아 차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손보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올해에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대형손보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소형손보사는 자동차보험보다 장기보험을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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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손보사, 가격 인하 경쟁 촉각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개인용 2.7%, 업무용 1.6%, 영업용 0.4%씩 인하했다. 평균 인하율은 2.3%다. 삼성화재의 보험료 인하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4월 6년 만에 차보험료를 평균 2.4% 올리면서 보험료 인상에 동참했던 삼성화재가 8개월 만에 갑작스레 보험료를 전격 인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시장 장악력을 굳히기 위해 가격을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예상보다 빨리 차보험료를 내리면서 타 보험사의 고민도 깊어졌다.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며 현대해상도 조만간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 한화손보는 아직 인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들은 시장점유율 잠식을 걱정하고 있다. 보험료를 인하할 수 없는 이유는 높은 손해율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등 대형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까지 개선된 반면 흥국화재, 롯데손보, MG손보, 더케이손보, 악사손보 등 중소형사는 80%대 중반에서 90%대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은 77~78%다.

이에 따라 손해율이 양호한 대형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반면 손해율이 높은 중소형사들은 보험료를 잇따라 올렸다. 앞으로 대형사들이 보험료를 인하할 경우 중소형사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현재 가격 인하대열에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화재 외 다른 대형사까지 줄줄이 보험료를 내릴 경우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중소형사들은 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사, 장기보험에 역량 집중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은 장기보험 확대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통적으로 자동차보험에 주력한 악사손보와 더케이손보도 장기보험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자동차보험만으로는 수익을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온라인 자동차보험 전업사인 악사손보는 모기업인 악사그룹으로부터 250억원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올해 장기보험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악사손보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원수보험료 기준 매출 3963억원 중 88%가 자동차보험에 집중된 상태다. 일반보험과 장기보험 매출은 482억원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자동차보험에만 집중할 경우 적자를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악사손보는 2020년까지 장기보험비중을 30%대까지 끌어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다만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장기보험 확대를 통해 상품 다각화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을 강화하면서 장기보험도 함께 확대할 계획”이라며 “자동차보험에 집중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 확대로 다양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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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자동차보험 전업사인 더케이손보도 올해부터 장기보험 공략에 나선다. 장기보험 중 저축성보험을 축소하고 보장성 상품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CM채널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더케이손보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보험 CM상품을 먼저 출시하고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보장성 위주의 장기보험 CM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MG손보도 올해부터 CM시장에 뛰어들면서 장기보험 확대할 방침이다. 운전자보험과 여행자보험 CM상품을 우선 출시하고 장기보험 CM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소형사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기간이 짧은 자동차보험보다 자산운용부문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장기보험 확대로 자동차보험 리스크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우량고객을 끌어들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한 뒤 차보험료 인하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단기보험에 주력해온 AIG손보는 올해 틈새전략으로 장기보험을 본격 강화할 전망이다. AIG손보는 지난해부터 장기보험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AIG손보는 ‘이차암진단특약’으로 지난해 말 출범 후 처음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일각에서는 대형사 역시 장기보험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중소형사들이 장기보험부문의 점유율을 높이기 힘들 것으로 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아직 대형사에 비해 장기보험 노하우도 미흡해 시장장악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대형사와 동등하게 경쟁하기 힘들더라도 중소형사가 성공적으로 장기보험을 확대하려면 틈새를 파고들어 차별화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