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타이어주로 쏠린다. 타이어의 주재료인 천연고무가격이 오르면 타이어업체가 타격을 입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자재가격 상승 부담을 판매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는 충분한 협상력을 보유한 업체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투자자의 시선이 타이어주 중에서도 한국타이어로 집중되는 이유다.

◆타이어값 인상으로 원재료비 부담 완화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한 2971억7900만원을 기록한 것. 지난해 11월1일 5만5500원이던 주가는 다음날 한국타이어가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하자 5만6500원으로 상승했고 같은달 4일에는 5만730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의 어닝서프라이즈 효과는 3거래일에 그쳤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놈'. /사진제공=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테크노놈'.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이후 주가는 고꾸라졌다. 같은 달 17일 5만1200원으로 떨어지는 등 신통찮은 반응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바닥을 찍은 한국타이어 주가가 다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달 29일 5만8000원으로 오르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되찾았다.
떨어지던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다시 상승기류를 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고무가격 상승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천연고무가격은 전분기 대비 27%나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올 1분기에도 11%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합성고무도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각각 7%, 6% 상승이 예상된다.

타이어업체 투입원가도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각각 2.2%, 6.9% 오르는 등 상승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타이어 전체매출의 약 15%가 고무가격 부담으로 줄어드는 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한국타이어가 천연고무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타이어가격 인상 소식은 이달부터 줄줄이 쏟아질 전망이다. 시장점유율 1위인 브릿지스톤은 지난해 12월 초 유럽 내 승용차 타이어가격을 이달부터 3%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대형타이어업체들도 가격인상에 나섰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에서 시작된 가격인상은 후위업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타이어 역시 충분한 협상력을 활용하면 고무가격 부담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가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으로 타이어산업 대비 평균 판매가격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한국타이어로 집중됐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타이어가격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하락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가격인상 여력이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라며 “실제로 차량가격 내 타이어가격 비중은 2012년 1.44%에서 지난해 1.17%로 바닥을 찍고 올해와 내년에 각각 1.21%, 1.27%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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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끌어올리는 4분기 실적 상승 요인들
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은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시장기대치 대비 6.7%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0.4%, 20.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은 23.7% 증가하고 영업이익률은 1.9%포인트 오른 16.7%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금융투자도 한국타이어의 지난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0%, 13.0%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한국타이어의 실적 상승이 점쳐지는 이유는 중국과 유럽에서의 호조가 지속된 영향이 크다. 이는 OE(신차용타이어)와 RE(교체용타이어) 유통채널 확대, 타이어 고인치화 성과 덕분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자동차 구매세 인하정책을 펼치면서 차량수요가 몰렸다”며 “덕분에 한국타이어의 신차용타이어 판매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타이어가 겨울철 교체용타이어의 유럽 판매량을 늘리려는 점도 실적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변화하는 자동차 트렌드에 맞춰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점도 한국타이어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0월 중장기 R&D(연구개발)전략을 수행할 중앙연구소 테크노돔을 대전에 준공했다. 2664억원을 투자한 테크노돔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최첨단설비를 갖췄다. 또 친환경차시대에 걸맞게 타이어 소음 테스트를 위한 무향실 등도 구비했다.

유통 파워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가운데 올해 2분기부터 가동되는 미국 테네시주 타이어공장도 실적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다. 테네시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00만본이며 이 가운데 고성능타이어 생산설비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내년 2분기 테네시공장이 가동되면 매출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타이어는 고성능타이어(UHPT) 등 고부가가치제품의 판매효과와 함께 외형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타이어는 우호적인 환율과 현대기아차 가동률 회복, 가격인상 전 딜러들의 재고축적으로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이 투입원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김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리상승기의 고무가격 상승패턴은 2009~2011년 양적완화기와 달리 완만하게 진행될 전망”이라며 “5년 만에 타이어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성장이 마진축소를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의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7만7000원을 제시하고 업종 내 최선호주를 유지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제시한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6만7000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