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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팅 시공장면 /사진=박찬규 기자 |
# 회사원 A씨(40·남)는 신차 출고를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차를 판 영업사원이 서비스로 선팅 시공을 해준다는데 정작 주변에선 이를 말리는 사람이 많다. 이에 A씨는 지인들이 추천한 특정 브랜드를 시공하기로 마음먹고 가격을 알아봤지만 세부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었고 브랜드 내에서도 여러 제품이 있어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망설이던 A씨는 결국 영업사원에게 약간의 추가비용을 내고 처음 추천받은 것보다 상위제품으로 시공했다.
자동차 선팅은 신차 구입 시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제품을 어떻게 시공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면 창유리는 가시광선 투과율이 70% 미만,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는 40% 미만이어야 한다. 뒷좌석은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이유로 규제가 완화됐다.
제품을 고를 땐 필름의 밝기(가시광선 투과율)와 컬러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너무 밝으면 돈 들여 시공한 티가 나지 않는 데다 눈이 부시고, 반대로 너무 짙은 필름을 쓰면 어두운 밤이나 주차장에서 잘 보이지 않아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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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차단률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 /사진=박찬규 기자 |
예전엔 기능성을 따질 때 자외선을 얼마나 잘 차단하는지를 살폈다. 대부분은 자외선 차단률이 99%라고 주장한다. 자외선을 막는 건 자동차 내장재와 탑승자 피부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엔 열(적외선)차단능력이 기능성 필름의 선택요소다. 뜨거운 태양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열차단 제품이라 해도 보급형은 적외선 차단율이 30% 미만인 경우가 많고 고급형은 90% 이상이 대부분이다. 열차단 성능이 좋으니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도 돼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어 인기다.
◆춘추전국시대 열린 선팅업계
자동차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확산과 허술한 규제로 인해 선팅필름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20여개 브랜드가 경쟁 중이며 가장 인지도 높은 브랜드는 루마다. 3M과 함께 초기 수입선팅필름시장을 키웠지만 가맹점 수를 지나치게 늘린 탓에 오히려 내부경쟁이 치열해지는 역효과를 냈다.
몇년 전부터 수입차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고가의 기능성필름이 국내시장에 상륙했다. 독일차 오너를 중심으로 한 후퍼옵틱과 프리미엄차를 노린 브이쿨이 입소문을 탔다. 존슨필름과 글라스틴트도 매장을 열어 인지도를 쌓았고 레이노는 유통질서확립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가맹점을 꾸준히 늘렸다. 기능성필름의 가격이 낮아진 것도 이쯤부터다.
최근엔 코니카-미놀타, 블락포디 등 신규브랜드가 등장하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선가드와 솔라가드 등 이른바 ‘영맨 기본선팅’을 노린 업체도 세력을 키웠고, 이외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나름의 영역을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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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팅필름 선택기준엔 서비스도 포함해야 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
◆제품은 상향평준화… 서비스 골라야
선팅업계 관계자들은 제품의 질이 상향평준화된 만큼 시공점의 서비스를 고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제품공급업체는 한정적이지만 기술자와 매장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게다가 같은 제품이라면 매장을 바꿔도 가격차이가 없다는 점도 서비스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제품이 상향평준화 된 데는 필름업계의 특성 탓도 있다. 수입제품의 상당수는 미국 이스트만이 만든 필름원단을 쓴다. 루마, 후퍼옵틱, 썬텍, 브이쿨 등이 대표적이다. 이스트만은 전세계 물량의 절반쯤을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달라도 필름 공급업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같은 공장에서 여러 제품이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이고 특성에 따라 일부 공정이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일정 권역 내에 매장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쓰는 건 물론 가맹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시공시 필요한 다양한 물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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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에 문제가 있을 때도 친절히 재시공 가능한지도 확인하자 /사진=박찬규 기자 |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업체들은 시공점과 어떤 유대관계를 맺느냐가 생존의 비결 중 하나”라며 “단순히 특정 점포의 매출이 높다고 매달리기보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고 알려줄 파트너를 모집하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 전했다.
일정 레벨 이상의 제품을 고를 경우 결국 중요한 건 작업자의 숙련도다. 만족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공을 마친 뒤 최종 지불하는 비용엔 필름 자체의 가격보다 공임의 비중이 크다.
전문시공점의 경우 한 차에 2명 이상의 작업자가 달려드는 건 기본이다. 그냥 오려붙이는 차원이 아니라 유리 곡면에 맞춰서 성형하고 이를 정교하게 붙이는 게 핵심이다. 얼마나 꼼꼼하게 작업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브랜드와 제품을 골랐다면 시공점과 작업자를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편)에서는 제품별 기술적 특징에 대해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