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흔들림 없는 성장 이끈 43년 ‘현대맨’


“저가수주를 지양하고 수익성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악조건에도 브랜드 가치를 지킨 정면돌파 승부수가 통했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기대되는 현대건설에 최근 호평이 쏟아진다. 정수현 사장 취임 이래 현대건설은 '건설종가'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뼛속까지 현대맨'이다.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래 40년 넘게 현대맨으로 살았다. 그는 2012년 3월 취임 이후 5년간 한해도 흔들림없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마침내 지난해 성적은 비로소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미답의 고지를 밟을 것이 확실시 된다. 임기를 1년2개월쯤 앞둔 그가 올해 해외수주 불황과 주택경기 침체라는 악조건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영업이익 1조' 신기록 세우다


정 사장이 본격적인 경영 담금질을 시작한 2012년 현대건설은 매출 13조324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3년 13조9383억원, 2014년 17조387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9조1221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역시 2012년 7604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7929억원, 2014년 9589억원, 2015년 9866억원 등 한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2911억원을 비롯해 연간 1조44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2015년 아쉽게 영업이익 1조원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7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에서 2493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면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연다.

2015년 4분기 영업이익이 2610억원이었던 점, 대규모 해외손실 등이 전 분기에 모두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이렇듯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가 이어진 배경에는 정 사장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국내 주택시장 호황기라는 수혜를 입기도 했지만 이면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해외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에 힘입어 2010년 이후 발생한 중동발 저가수주 경쟁 및 공기지연 여파로 인한 업계 수주 가뭄 속에서도 현대건설은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해외 '다변화·다각화', 국내는 '정면돌파'
그는 취임 이후 꾸준히 해외 수주지역 다변화와 공종 다각화에 집중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저가수주 진원지로 꼽히는 중동시장 외에 신흥강자로 떠오른 중국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아시아 수주시장까지 적극 개척하며 해외사업에서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중동지역 저가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높은 아시아 지역 빌딩·주택·인프라 수주 등에 집중한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덕분에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저유가 등의 여파로 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해외 신규수주 급감 속에서도 현대건설의 위상이 남달랐던 이유다.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올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정 사장의 뚝심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국내 주택사업은 해외건설 수주 악화에도 건설업계를 지탱했지만 올해는 공급과잉과 정부 규제 강화,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최근 2년 동안 보인 호조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악조건 속에서도 정 사장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지난해보다 4864가구 늘어난 2만852가구를 분양하며 아파트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남은 1년, '위기돌파'로 유종의 미?

정 사장이 2012년 현대건설 대표이사에 임명된 것은 현대자동차그룹 인수 뒤 그룹 내 3대 동력으로 성장시킬 건설부문의 ‘키플레이어’로 꼽혔기 때문. 당시 인사를 두고 업계는 다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 대응할 전문가를 배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 사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본부장 부사장, 현대엠코 건축본부장(부사장)과 사장 등을 거쳐 현대건설로 복귀했다. 40년 넘게 국내외 건설 현장을 누빈 현장전문가이자 영업통이다.

건설명가의 위력을 입증한 정 사장은 이제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수행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청구공사 대금, 공사미수금 등 이른바 ‘외상 판매대금’을 뜻하는 매출채권 6조원을 떠안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은 6조1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다. 이는 2015년 매출(19조1221억원)의 34%나 된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매출채권 비중이 25~30%를 넘으면 신용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사장은 신년사에서 ‘S·M·A·R·T’를 주문했다. 단어 자체에 ‘영리한’이라는 뜻을 품었지만 정 사장이 주문한 ‘S·M·A·R·T’는 신속성(Speed)·측정가능한(Measurable)·달성 가능 목표(Attainable)·현실화(Realize)와 안전을 강조한 변함없는(Timeless) 등 5가지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딴 합성어다.

정 사장은 특히 '타이밍'을 중시한다. 발빠른 대처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첫 단추임을 강조한 그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

☞ 프로필
▲1952년생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1975년 현대건설 입사 ▲현대건설 민간사업본부 이사 ▲현대건설 김포도시개발사업단 전무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장 부사장 ▲현대엠코 건축사업본부장 부사장 ▲현대엠코 사장 ▲현대건설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