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최전방인 증권가가 꿈틀대고 있다. 주식거래 중개수수료로 안전하게 돈 버는 시대가 저물면서 증권사가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 이제 자기자본 8조원을 넘으면 사실상 은행과도 경쟁이 가능한 ‘공룡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대형사는 몸집을 불리는 데 여념이 없다. 중소형사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사업모델을 찾아 종횡무진 업계를 누비고 있다. <머니S>는 2017년 격변의 증권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지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올해 증권업계는 불꽃 튀는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이 예고된다. 증권사 수익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 부문이 무너지면서 캐시카우(cash cow)가 약해진 게 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각각의 규모에 맞게 대형화와 특화로 나아가면 비용효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47·사진)은 이 같은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장기적 안목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인식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그가 예상하는 증권업계의 미래를 들어봤다.
- 초대형 IB 바람을 어떻게 생각하나.
▶초대형 IB 바람이 불기 전 국내 대형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3조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몸집을 불리고 자기자본을 확충하면서 자본활용이 수월해졌다. 이런 환경이 갖춰지면 외국계기업처럼 스타 프라이빗뱅커(PB)의 탄생을 앞당길 환경이 마련돼 장기적으로 증권업계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
- 자기자본이 확충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자기자본이 확충되면 증권사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하기 용이한 환경이 된다. 기존 리테일(소매) 중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홀세일(도매)인 IB로 주요 먹거리 섹터가 이동하는 게 불가피하다. 증권사는 에이전트로서 빅딜을 완성해 수익을 내는데 리스크 테이킹을 감행해야 효율적인 성과가 나온다. 대형사의 자기자본 확충과 초대형 IB화는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개연성 있는 성장방향이다.
- 초대형 IB 바람을 어떻게 생각하나.
▶초대형 IB 바람이 불기 전 국내 대형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3조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몸집을 불리고 자기자본을 확충하면서 자본활용이 수월해졌다. 이런 환경이 갖춰지면 외국계기업처럼 스타 프라이빗뱅커(PB)의 탄생을 앞당길 환경이 마련돼 장기적으로 증권업계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
- 자기자본이 확충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자기자본이 확충되면 증권사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하기 용이한 환경이 된다. 기존 리테일(소매) 중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홀세일(도매)인 IB로 주요 먹거리 섹터가 이동하는 게 불가피하다. 증권사는 에이전트로서 빅딜을 완성해 수익을 내는데 리스크 테이킹을 감행해야 효율적인 성과가 나온다. 대형사의 자기자본 확충과 초대형 IB화는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개연성 있는 성장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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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제공=이석훈 연구위원 |
◆증권업계, 도약의 발판 마련
- 이번 지각변동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증권사의 M&A(인수·합병)뿐만 아니라 정부의 육성정책이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앞당겼다. 당장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지만 도약의 발판이 된 건 분명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8월 8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IMA)업무, 기업 환전업무 등을 허용하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미래에셋대우와 같은 공룡증권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또 금융당국은 3조~4조원, 4조~8조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도 제한적으로 혜택을 주는 정책을 발표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 초대형 IB로 증권업계의 양극화가 우려되는데.
▶증권업계 역시 금융당국의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중소형사는 중소형사대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효율적인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게 당연하다. 대형사를 위한 초대형 IB 제도가 있다면 중소형사에겐 중소기업 특화 제도가 있다. 중기특화증권사 육성이 증권업계의 양극화를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잠재적인 수요와 실질적인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맹목적인 경쟁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 경쟁을 해야 한다.
◆‘자본·전문성·네트워크’ 3박자 갖춰야
-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이 통합 출범했는데.
▶대형증권사가 수익을 내려면 자본과 전문성, 네트워크 등 세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특히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력구조의 체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자기자본이 8조원에 육박하면 자본확충뿐만 아니라 인력 등의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 증권사의 몸집과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인력의 역할분담이 보다 전문화돼야 초대형 IB로 도약할 수 있다. 아울러 뱅커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야 해외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 해외 경쟁사에 밀리지 않을까.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대형증권사가 초대형 IB로 가는 첫걸음은 글로벌 IB보다 국내 수요자를 위한 해외 맞춤서비스 위주여야 한다. 곧바로 해외 M&A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국내의 M&A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성과를 거두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IB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서 역량을 키우고 해외 기업금융(IB) 부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M&A 할 때 외국계 기업을 상대할 만큼 맷집도 생길 것이다.
- 국내 증권사의 해외시장 진출현황은 어떤가.
▶대형사는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했고 중소형사도 해외시장에 진출해 일부 성과를 거두는 상황이다. 현재 증권업계의 자본 중 80~90%가 국내에서 운용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해외진출로 변화를 모색하고 시너지를 찾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증권업계의 대형화 바람은 해외시장 진출기회가 확대됐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번 기회에 대형사들이 앞선 해외진출에서 느낀 자본의 한계를 보강하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또 대형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역량을 다지면 크로스보더(cross-border)와 금융딜(deal)에서도 활발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 지각변동이 침체된 증권업계의 부흥을 이끌까.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한 상위 빅5의 성장과 기대에 미치는 퍼포먼스가 나타나면 국내 증권업계의 부흥도 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증권사가 대형화되는 앞으로의 과정이 궁금하다. 물론 대형화를 해서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시장지배력과 서비스 경쟁력이 갖춰진다면 거기에서 오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대형화에 동참하는 증권사가 늘어날 것이다. 중기특화도 마찬가지다. 성공하면 중기특화의 본보기가 돼 다른 증권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가 더 중요하다. 올해 예고된 증권업계 지각변동이 증권업의 미래를 만들어갈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