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최전방인 증권가가 꿈틀대고 있다. 주식거래 중개수수료로 안전하게 돈 버는 시대가 저물면서 증권사가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 이제 자기자본 8조원을 넘으면 사실상 은행과도 경쟁이 가능한 ‘공룡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대형사는 몸집을 불리는 데 여념이 없다. 중소형사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사업모델을 찾아 종횡무진 업계를 누비고 있다. <머니S>는 2017년 격변의 증권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지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가 대형사와 중소형사로 나뉘고 시장 양분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빅5’가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에 맞춰 경쟁 중인 가운데 중소형증권사는 중소기업특화업무 등 차별화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증권사가 M&A(인수·합병)와 유상증자 등으로 몸집을 불리며 신규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데 비해 중소형증권사들은 해외 신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대형사의 초대형화에 밀리는 중소형사는 ‘특화’에 초점을 맞춘 생존전략으로 2017년 승부수를 띄웠다.

◆‘중기특화’에 사활 건 중소형사

대형증권사들이 초대형 IB로 몸집을 불리는 동안 중소형증권사들은 틈새시장 공략을 생존전략으로 내세웠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중소형증권사를 선정해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특화시키고 전문성을 살리는 차별화 육성방안이다.

지난해 4월15일 금융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 주선 실적과 비상장·코넥스 중소·벤처기업의 유상증자 실적, 중소·벤처기업 M&A자문 실적 등을 고려해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 6곳을 선정했다. 그러나 KB증권이 현대증권과 통합해 자기자본이 3조~4조원에 육박하자 중기특화에서 해제됐고 7순위였던 KTB투자증권이 자동 선정됐다.


이제 구조적인 문제보다 어느 플레이어가 야성과 돌파력, 상상력에서 앞서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중기특화에 해당하는 증권사들은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이며 중소기업 기업금융(IB) 사업확대에 나섰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신기술투자조합을 바탕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코넥스와 기술특례, 스팩 등을 통한 조기상장을 유도해 중기특화 증권사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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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증권형크라우드펀딩에 관심
중기특화 증권사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IB와 증권형크라우드펀딩이다.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증권사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IB사업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대체투자전문가인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IB사업 강화에 나섰다. 특히 KTB투자증권은 대체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인데 지난해 5월 투자금융본부에 관련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대체투자에 뛰어들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IB본부를 IB부문으로 확대하고 기존 IB본부 내에 있던 기업금융과 구조화금융파트를 격상시켰다. 이와 함께 IB부문장에 염호 전 기업금융본부장을 기용하고 염 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올해 1월부터 IB본부 산하에 투자금융사업부를 신설하고 부동산금융팀과 해외사업팀뿐만 아니라 PE팀도 신설했다.

대형증권사의 자기자본 경쟁이 가속화되는 동안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증권형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든 중소형증권사도 있다. 도입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크라우드펀딩이 아직 중소형사의 뚜렷한 먹거리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형크라우드펀딩은 소셜미디어 같은 매체를 활용해 여러 사람의 자금을 모아 비상장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딩이다. 투자대상은 영화·뮤지컬 등 예술문화사업뿐만 아니라 의류·바이오·음식료와 같은 소규모 업체의 주식·채권 등으로 다양하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금융기관 대출로 사업자금을 마련한다. 주식과 채권 발행 등을 활용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을 늘리려면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하고 지원하는 증권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전망도 밝다.

◆전문성 살리고 경쟁력 확보해야

중기특화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형증권사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특화분야를 개척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적 온라인특화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최근 중소형주전문 기업공개(IPO) 주관사로서 그 업무영역을 확장 중이다. 신영증권도 가치투자와 배당투자분야에서 오랜 운용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증권사와의 차별화를 꾀한다.

또한 중소형증권사들은 해외진출과 대체투자, 사모펀드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해외 대체투자 영역에서 기존의 발전소와 부동산뿐만 아니라 항공기 금융딜까지 성사시켰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항공기 부문에서 2대를 파이낸싱(약 2046억원)하는 데 성공했다.

유안타증권은 유안타그룹의 아시아지역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자체 제작한 주식투자 솔루션 ‘티레이더’와 중화권 리서치 네트워크를 활용해 후강퉁(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및 선강퉁(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해 일본과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의 금융사와 MOU(업무협약)를 맺으며 해외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다양한 사업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합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이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하면서 중소형사의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황”이라며 “특화된 자신만의 분야와 영업전략을 통해 전문증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사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도 있지만 대형사처럼 공격적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자기자본 확충과 경쟁보다는 역량강화에 힘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