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에는 공통적으로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 세계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국내 정치 불안 등 국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다만 기업별 주력 업종이나 상황에 따라 신사업에 대한 방침은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인공지능 시대 대비
삼성, LG, 롯데는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른 관련 기술 확보 및 활용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IT와 관련된 기업인 삼성, LG 외에 유통전문기업인 롯데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전통적 산업의 영역이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일 삼성전자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사장단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7 시무식을 열고 “주력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경쟁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발언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올해 미래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 개막한 CES 2017에서 한층 강화된 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가전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신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 |
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삼성·LG·사진공동취재단 |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2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요 경영진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7년 새해 인사모임에서 “AI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이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의 양상과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며 “제조 분야도 틀을 깨는 시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의 신년사 발표 전날 LG전자는 CES 2017을 계기로 AI기반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CES에서 LG전자는 복잡한 환경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주행하고, 주어진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 가정용 허브 로봇, 정원 손질 로봇, 공항 로봇 등을 공개하며 로봇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AI, VR(가상현실) 등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저출산·고령화 추세의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는 메가트렌드에 대비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통해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 ‘왓슨’ 솔루션을 도입키로 했다. 앞으로 롯데그룹은 왓슨을 통한 방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에게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신뢰도 높은 상품정보, 전문성 있는 조언을 제공할 방침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강화
현대자동차그룹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자율주행차 등 미래 핵심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저성장 기조 지속,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미래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을 통해 원가경쟁력 극대화 및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포항 본사 대회의장에서 시무식을 열고 “저수익, 비효율사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그룹사간 강점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며 “철강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그룹 사업에서는 스마트에너지·빌딩·타운구축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제적 소프트파워혁명 대비
한화그룹은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전세계에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우리에겐 큰 위기이자 기회”라며 “소프트파워혁명 시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기업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10년 후를 내다본 신기술, 신사업, 신시장을 개척하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이어 “그룹 내 기계사업부문은 산업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주시하며 혁신적인 기술 선도기업으로 역량을 키우고, 방산부문은 현재의 해외사업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학부문은 중장기적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고수익 사업화를 추구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일류 리더십을 갖춰야 하고 태양광부문은 압도적인 기술우위를 확보해 치열한 글로벌시장경쟁에서 선도기업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