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뒤덮었다. 30개들이 한판에 5000~6000원이던 계란값이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AI가 발생한 지 50여일 만에 살처분된 가금류가 3000만마리를 넘어선 결과다. 사람들은 급속도로 퍼진 AI의 원인을 정부의 늑장대응에서 찾지만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열악한 동물복지가 AI 확산을 부추겼다고 지목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를 넘어 닭·돼지·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을 접하며 동물복지 확대를 주장한 조 대표의 동물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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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
◆“열악한 동물복지가 AI 확산 주범”
“우리가 식탁에서 쉽게 접하는 계란·닭고기·돼지고기는 동물학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조 대표에게 동물자유연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순간 흠칫 놀랐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만 생각하고 동물자유연대를 찾았기 때문이다. 동물의 범주를 너무 편협하게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지면서 조 대표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졌다.
“동물자유연대에서는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닭·돼지·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들의 아픔을 보듬고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중에서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가장 노력해요.”
생소한 ‘동물복지’라는 단어에 다시 한번 움찔했지만 조 대표는 우리 식탁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우리가 자주 접하는 계란은 ‘산란계’라는 닭을 A4용지만한 좁고 기울어진 철창인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에 가둬 얻는 결과물이다.
좁은 곳에 갇힌 산란계는 죽을 때까지 옴짝달싹 못하고 인간을 위해 계란을 낳는다. 스트레스에 털이 빠지고 옆 철창의 다른 닭을 쪼며 발버둥치지만 지옥을 벗어날 순 없다. 산란계가 좁고 기울어진 철창에서 알을 낳으면 농장 주인은 그걸 수거해 유통시키고 우리 식탁에 오른다.
“저는 계란처럼 잔인한 음식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좁은 공간에 닭을 쑤셔넣으니 AI 같은 동물전염병이 발발하면 손쓸 겨를도 없이 빠르게 퍼지는 거죠. 인간의 식탁을 위해 기르고 죽이는 행위를 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도 안 지키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암퇘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좁은 곳에 가둬 놓고 기른 후 유통된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식탁을 위해 끊임없이 자행되는 동물학대를 멈추고 ‘동물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 대표의 주장은 담담하지만 단호했다.
◆동물원 돌고래 방사의 교훈
계란과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충격적인 과정을 담담하지만 뼈를 담아 설명한 조 대표의 동물 사랑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우연히 개고기 찬반토론이 진행되던 PC통신 게시판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펼치며 개고기 식용 반대 주장을 펼쳤다. 자신도 모르게 커진 동물보호 열정은 오프라인 모임으로까지 이어져 유기견 구조 등 동물보호 봉사활동을 하다 1999년부터 동물자유연대에서 활동하고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나간 건 단지 호기심이었는데, 당시 모 국회의원이 개고기 합법화를 추진해서 발끈했고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과 결속력을 다지며 활동범위를 넓혔죠.”
호기심에 모임에 나갔다가 동물보호단체 수장까지 오른 그는 수많은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시켰지만 가슴에 가장 큰 행운으로 남은 사건이 있다. 동물원에 갇힌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낸 일이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돌고래가 바다에서 적응 못할 거라며 다 반대했죠. 하지만 우리는 적응 훈련만 시키면 충분히 잘살 거라 믿고 대법원 재판까지 간 끝에 ‘삼팔이·춘삼이·제돌이·태산이·복순이’를 넓은 제주 앞바다로 돌려 보냈습니다.”
동물원에서 키우던 돌고래를 무사히 바다로 돌려보낸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며 뿌듯해 하던 조 대표는 기쁜 소식도 전했다.
“고래연구소 연구진이 주기적으로 바다로 보낸 돌고래를 관찰하는데 암컷인 삼팔이·춘삼이는 새끼까지 낳아 너무 대견해요.”
◆“인간은 동물에게 진 빚이 많다”
바다에 나가 잘 살고 있는 돌고래 얘기에 기뻐하던 조 대표는 이내 가슴 아픈 얘기를 들려줬다. 어느 날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해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약으로 소독했음에도 강아지 몸에서 구더기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제발 조금만 힘내서 살아가길 바랐지만 결국 그 강아지는 하루 만에 죽었다.
“병들거나 다친 동물을 그냥 버리는 사람이 많아요. 사람의 필요에 의해 동물을 데려오지만 책임감은 부족해요. 동물은 우리 식탁을 채워주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데 우리는 이를 너무 당연하고 가볍게 여기니 가슴 아픕니다.”
조 대표는 우리 국민이 심성은 선한데 제도와 규범이 이에 맞지 않아 이런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동물학대나 방치 등 책임감 없는 행위를 하는 이에게는 징역형이나 국가가 동물을 몰수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로든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동물을 인간의 영역에 끌어들였으니 그에 맞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죠.”
이처럼 조 대표는 인간은 동물에게 진 빚이 많다고 말한다. ‘동물복지’ 개선이 그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