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하남은 지난해 9월 문을 열기 전부터 화젯거리였다. 일일이 세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브랜드가 매장을 꾸미는 데다 자동차 전시장까지 생긴다는 소식에 놀란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놀이시설과 워터파크까지 갖춘 복합 문화공간을 표방했으니 사람들의 호기심은 극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9월9일 문을 연 뒤 12월31일까지 무려 850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평일 방문객은 평균 4만~5만명, 주말엔 12만~13만명이나 된다. 하루 평균 7만5000여명이 스타필드를 찾는 셈이니 이달 말까지 누적 방문객은 9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스타필드 하남. /사진=박찬규 기자
스타필드 하남.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중심의 복합공간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문화·레저·위락·관광·힐링을 아우르는 복합공간이다.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구성한 체류형 공간답게 건축물 연면적은 46만㎡로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에 자리한 덕에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올림픽대로와 서울 외곽순환도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입구에서 가까운 광역교통망의 중심지다. 서울과 경기 동부권에서 자동차로 30분 안에 접근할 수 있지만 대중교통은 아직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편의시설 중 가장 공들인 건 주차시설이다. 단일건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한번에 6200대(실내 5600대, 실외 600대)가 머물 수 있고 주차공간도 넉넉해 타고 내릴 때 불편하지 않다.
주차장 진입로도 독특하다. 도로에 그려진 핑크색 선을 따라가면 주차장 입구가 나오는데 마치 고속도로에서 길안내를 받는 듯하다. 이 길목에선 주차장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하남시와 함께 CCTV를 통한 미등록자동차 검출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처음 개장했을 당시엔 주변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할 만큼 힘든 상황을 겪었지만 지금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일엔 주차하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고 주말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불편을 겪을 뿐이다.


제네시스 스튜디오. /사진=박찬규 기자
제네시스 스튜디오. /사진=박찬규 기자
현대 모터스튜디오. /사진=박찬규 기자
현대 모터스튜디오. /사진=박찬규 기자

◆쇼핑몰에 등장한 자동차
스타필드 하남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매장이 있지만 유독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자동차 전시장이다. 이미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다.


자동차 전시장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먼저 2층으로 향하자. BMW와 MINI, 제네시스, 할리데이비슨 브랜드명이 적힌 안내 표지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가장 안쪽에는 ‘BMW MINI 시티 라운지’가 있다. 이곳은 BMW그룹이 리스본·로마·밀라노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문을 연 공간이다. 특히 두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라운지에서는 출시된 자동차를 구경하고 구매상담도 받을 수 있다. BMW와 MINI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직접 사용해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지하1층 주차장에는 BMW와 MINI 오너를 위한 서비스 체크인 포인트가 운영 중이다. 사전예약 후 간단한 정비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조만간 최근 문을 연 하남서비스센터로 장소를 옮길 예정이다.

조은혜 도이치모터스 MINI브랜드 주임에 따르면 최근 방문객이 줄었는데도 상담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그는 “처음엔 너무 많은 분이 오셔서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면서 “요새는 방문객이 줄었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분이 많아졌고 그만큼 상담도 늘었다”고 전했다.

BMW와 MINI 라운지 옆엔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할리데이비슨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있다. ‘할리데이비슨 라이프스타일 부띠크’ 콘셉트를 바탕으로 모터사이클과 관련한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다. 할리데이비슨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플래그십스토어를 표방한다.

이곳에서 만난 정광영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스타필드 하남점 매니저는 “주말이면 개장 초기와 차이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찾는다”면서 “가족단위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재킷류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정 매니저에 따르면 개장 초기 모터사이클 ‘스트릿750’ 20대, ‘아이언883’ 9대를 한정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완판됐다. 그는 스타필드 하남점의 장점으로 지리적 이점과 함께 신세계 프로모션을 꼽았다. 타 매장과 달리 신세계 상품권으로 물건을 살 수 있고 쇼핑몰 자체 추가 프로모션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50m쯤 더 걸으면 제네시스 전용 브랜드체험관인 제네시스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온다. EQ900 리무진, G80, G80 스포츠 등 제네시스 라인업을 모두 볼 수 있다. 차에 직접 앉거나 만져볼 수 있고 실내에 적용되는 다양한 내장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인기다.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설명할 전문 상담사를 배치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개장 초기엔 구매상담을 진행했지만 요즘엔 문화체험을 강조하며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한다. 주말 평균 1만명이 이곳을 들른다.

제네시스 스튜디오에서 나와 맞은편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대 모터스튜디오가 보인다. 전시장 전체가 거대한 스크린으로 구성된 점이 독특하다. 벽과 천장까지 모두 미디어 월로 꾸며 아이오닉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알린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를 파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아이오닉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표다.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공사중인 테슬라 충전시설. /사진=박찬규 기자
공사중인 테슬라 충전시설. /사진=박찬규 기자

◆주목받는 테슬라
여러 자동차브랜드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미국의 전기차회사인 테슬라다. 지난해 스타필드 내에 매장을 열 거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문이 굳게 닫혀있다. 개장 초기와 달라진 건 매장 입구를 가린 벽의 문구와 그림뿐이다. 지금은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곧 문을 연다는 내용과 함께 모델 S의 전체 이미지가 그려졌다. 매장 뒤편 주차장엔 완속충전기 시설물 7대가 공사 중이다.

지난해 가을 신세계백화점과 테슬라는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신세계는 올 상반기까지 총 25곳의 테슬라 데스티네이션 충전인프라를 그룹 내 여러 유통채널에 구축할 계획이다. 당시 테슬라는 세단 '모델 S'를 앞세워 한국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SUV '모델 X'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테슬라는 아직까지 제작자인증을 마치지 못한 상태여서 매장 운영도 오리무중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테슬라와 협력을 약속했지만 인증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앞으로의 계획을 언급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새로운 트렌드, 가능성 열었다

스타필드 하남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셰어에 초점을 맞췄다. 한곳에서 모든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자 체류형공간을 표방한 배경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소비자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전략에 집중하는 중이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지배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자동차가 중심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 치밀한 전략, 새로운 트렌드를 과감히 제시한 도전정신인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