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10년 새 온탕과 냉탕을 오간 대표적인 기업이다. 대우건설(2006년)과 대한통운(2008년) 인수로 한때 재계서열 7위까지 도약했지만 곧바로 무리한 인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9년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과 핵심 계열사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과정을 주도한 박삼구 회장(72)은 6년간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2015년 9월 금호산업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7228억원에 사들여 사실상 회사를 되찾았다. 당시 금호산업에 엮인 계열사를 모두 가져오면서 그룹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고 같은 해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마지막 관문만 남은 그룹 재건

남은 과제는 금호타이어 인수.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지난 12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는데 타이어회사 더블스타, 항공부품회사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인더스트리(SAIC), 화학회사 지프로 등 중국계 기업 3곳이 참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왼쪽)과 박세창 사장.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왼쪽)과 박세창 사장.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이번 금호타이어 매각 대상 지분은 우리·KB국민·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42.01%(6636만주)로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업체가 3곳이나 참여해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향후 일정은 이렇다. 먼저 채권단이 인수후보들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입찰가를 확인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을 상대로 권리행사 여부를 묻는다.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마무리할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문제는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 여부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질의를 받고 한달 안에 답변해야 한다. 만약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금 조달방안과 계약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시해야 한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예상 매각가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앞서 예비입찰에서 SAIC는 1조원가량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앞서 금호산업 인수자금 7228억원 가운데 6000억원가량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바 있다. 사실상 본인의 자금력만으로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없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따라서 가장 유력한 방안은 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운 뒤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필요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채권단이 지정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지정하거나 공동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피할 수 있다. 

[허기자의 재계 현미경 ④] '금호 재건-승계' 마지막 퍼즐 맞출까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금호홀딩스를 중심으로 그 아래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며 산하 계열사는 총 25개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이 지난해 8월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을 합병시켜 만든 회사로 지분은 박 회장 26.7%,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42·장남) 19.9%, 이경렬(67·부인) 2.8%, 박세진(39·차녀) 1.4% 등 박 회장 일가가 50.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관계사 케이에이 1.7%, 케이아이 1.0%, 케이에프 0.7% 등이 3.4%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6.8%를 보유해 실질적으로는 61%라는 안정적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산업 지분 49.60%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8%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장사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3개뿐이다.

◆재건+승계 동시 진행

눈여겨볼 대목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과정에서 승계도 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박 회장의 외아들인 박 사장은 지난해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도 함께 맡았다.

이어 지난 3월에는 핵심 계열사 금호산업의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5개월 뒤에는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박 회장의 지시로 만든 4차 산업혁명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았다. 그룹 운영과 미래 먹거리를 찾는 핵심적 역할이다.

박 사장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컨설팅회사 AT커니에 입사해 3년가량 일하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 차장으로 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후 곧바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은 뒤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이후 부장에서 사장의 지위에 오르는 기간 그룹의 성장과 추락 그리고 재건 과정을 그룹 핵심부에서 지켜봤다. 박 사장은 아직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호가는 또 다른 특징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영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박 회장의 부인 이씨와 차녀 박씨가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주식을 각각 2.8%(83억5000만원), 1.4%(41억5000만원)에 매입하기는 했지만 경영 참여와는 무관하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실제 이씨는 결혼 이후 특별한 외부 활동 없이 박 회장 내조에만 주력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차녀 박세진씨도 최성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일찍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