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브랜드 화장품 매출은 사드 이슈 전보다 40% 이상 줄었고 위생허가 역시 사드배치 결정 이전에 접수된 제품들도 모두 연기된 상태예요. 신제품은 아예 접수를 안받아주는 성도 있어요.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국내 한 화장품 수출기업의 해외총판을 담당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사드 영향으로 화장품 수출 위생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져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 판로를 뚫기 위해선 위생허가 접수와 안정성테스트 완료가 필수인데 안그래도 어려웠던 허가가 정치적인 문제로 더 꼬였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되는 무역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유통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화장품산업 위주로 파악된 압박이 식품 등 검역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中 한국 화장품 수입불허, 업계 비상. /뉴스1 박세연 기자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中 한국 화장품 수입불허, 업계 비상. /뉴스1 박세연 기자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중국 의존도 70%… 화장품업계 '발 동동'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화장품산업이다. 업계에선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는 없다”며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국내 화장품 수출 대부분이 중화권에 쏠려 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중국으로 41.1%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 29.6%보다 11.5%포인트 상승한 수치. 범중화 경제권에 속하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비중이 70.45%까지 올라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중국시장이 국내 화장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위축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에선 이미 어려움을 호소한다. L브랜드사 관계자는 “과거 5∼6개 항목 검사에 불과했던 통관절차가 최근 들어 10∼15개까지 늘었다”며 “여기에 추가 증빙서류까지 요구해 현장에서는 사실상 중국이 한국화장품을 못 들어오게 막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생허가를 대행해주는 컨설팅업체 관계자 A씨는 “1년 지난 제품의 통관허가도 안 나오는 경우가 생기고 언제 될지 기약도 없다”며 “인맥 등을 동원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당국의 제재 앞에선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쌓인 중국 수출 물량을 동남아국가로 돌려 다각화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화장품 못지않게 검역이 까다로운 식품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실제 분유업체는 중국의 강도 높은 분유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은 지난해 6월 국내외 분유업체의 브랜드와 제품 수를 각각 3개와 9개로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즉각 시행했다. 이 규정에서 중국은 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심사·허가를 거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제품 성분도 명확히 기재할 것을 명시했다.

분유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평균 7~8개의 수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3개 외에 다른 브랜드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만큼 다른 트집이 잡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썰렁한 중국 박람회장 한국관. /사진제공=라펜
썰렁한 중국 박람회장 한국관. /사진제공=라펜
롯데면세점스타애비뉴.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스타애비뉴. /사진제공=롯데면세점

◆ 관광객 절반 뚝…면세업계 비상
면세업계에도 크고 작은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면세점은 중국인관광객 매출 비중이 60%를 차지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 연휴(1월27일~2월2일)는 면세업계 큰손인 중국인관광객이 대거 입국해 연중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춘제(2016년 2월7일~14일) 기간에도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매출이 전년대비 10%씩 증가하며 중국인관광객 효과를 톡톡히 본 바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관광객의 감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은 전월 대비 무려 17.8% 급감했다. 외국인 매출 역시 9.6% 줄어들면서 면세점업계 전체 매출도 8% 감소했다. 비수기라는 계절적 영향도 있지만 중국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여유국(관광국)이 지난해 10월 한국행 패키지 관광객을 최대 20%까지 줄이고 한국 내 쇼핑을 하루 1회로 제한하라는 구두지침을 내렸고 이는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업계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관세청이 관광객 증가를 예상하고 시내면세점 매장을 급격이 늘린 터라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가로 선정된 면세점까지 더해 올해 말이면 서울 시내 면세점이 13곳이 된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 새 급격히 늘어난 시내면세점과 중국 사드 보복 등으로 면세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며 “당장 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은 신규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드 유탄을 직접 맞는 화장품·면세업계 뿐만 아니라 식음료나 프랜차이즈업체 등 소비재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사업의 불이익도 우려된다. 중국시장에서 사업 중인 한 국내 프랜차이즈업체는 역풍을 맞을까 우려해 현지 시장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던 프로모션을 전면 중단했다.

유업계도 지난해 9월 말 이후부터 흰 우유 수출이 급격히 줄자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패션업계 역시 중국정부가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유통산업 전반에 드리운 사드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모양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설합본호(제472호·제4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