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서양문물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제국을 연결하는 가도와 수백킬로미터에 달하는 상수도시설까지 인프라 측면에서 대단한 유물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각종 제도와 문화유산도 로마에서 비롯됐다.
로마시대에는 초대 왕정기를 거쳐 공화정으로 넘어가면서 귀족과 평민의 갈등이 커졌다. 당시 로마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엄청난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군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의 근간을 이루는 계급은 농사를 짓는 평민층이었다. 이들이 생계를 뒤로 하고 전쟁에 참여하려면 대가가 필요했다.
왕정기 때는 정치적 권력이 병력 동원에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공화정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화정이 발달하면서 하층민 퇴역병에게 경작하거나 팔 수 있는 작은 땅이 제공됐다. 여기서 나온 토지 제공이 통상 연금의 기원이다. 근대적 연금의 시작이라는 비스마르크의 연금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에게 생계를 보장한 것이 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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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연금의 개념은 이 기본적 공적연금 개념에서 확장된 것이다. 현재는 직장이나 개인이 은퇴 전에 미리 납부하고 은퇴 이후 지급받는 사적연금을 총칭해 연금이라고 한다. 연금은 매월 혹은 매분기, 매년 등 주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받는 것으로 인식된다.
◆세액공제+운용방법 고려해 연금 수령
연말정산시즌이 되면 세액공제가 되는 연금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그동안 적립했던 연금으로 은퇴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에 관심이 더 커졌다. 지금까지는 연금을 쌓고 운용하는 방법에만 관심을 뒀을 뿐 세액공제된 연금의 지급방법을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고정금액을 받는 것은 미래의 안정적인 생활비 마련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다. 은퇴하기 전 생활비의 원천인 월급은 매년 물가인상 수준으로 오르고 성과급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 재원으로 생활에 요긴하게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연금을 통한 생활비도 물가상승에 따라 올라야 한다. 나아가 연금적립금을 전액 연금으로 인출할지, 일부만 꺼내 쓸지도 결정해야 하고 배우자 승계를 활용할지, 증액할지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은퇴 이후 목돈이 들어가는 자녀교육비, 결혼자금 등은 고정금액을 받는 연금생활자가 난관에 봉착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금지급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연금을 다양하게 인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중장기적 생활패턴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세법에서 정의하는 연금은 기존의 고정금액을 받는 연금의 통념과 조금 다르다. 세법에서 연금저축계좌와 퇴직연금에서 매년 연금으로 인출하는 최대금액은 제시한 연금계산 표와 같이 계산된다.
즉 이 산식에서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금으로 찾거나 2~3년간 찾지 않다가 한번에 인출해도 연금으로 인정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매월 고정된 금액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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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4명이 여러 방법으로 1억원을 받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가량 A씨는 일반적인 연금수령방식대로 고정금액을 받아 1억원을 2% 금리로 운용했다. 이 경우 10년간 매월 동일하게 받는다면 91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물론 원금을 소진하는 조건이다.
B씨는 1억원을 세법에서 정한 최대금액으로 인출했다. 이 경우 첫해에는 매월 100만원까지 수령해도 연금으로 인정된다. C씨는 더 유연하게 활용했다. 초기 2년 동안 연금을 인출하지 않은 것. 그가 3년째 매월 130만원까지 인출해도 연금에 해당된다. D씨는 초기 3년간 50만원씩 고정금액을 받다가 이후부터 금액을 올려받는 방식으로 4년째 125만원을 받을 수 있다.
B씨와 같은 방식은 초기에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경우 유용하다. 은퇴소득 공백기가 있을 경우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활용할 수 있다. C씨와 D씨의 방식은 당장 연금이 필요하지 않을 때 유리하다. 연금수령개시 신청만 하고 이후에 더 많은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연금수령 시 여유가 있다면 연금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자산에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이연할수록 세제효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제효과를 감안해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만 이 방법들을 사용할 때는 연금지급방식이 다양하게 제공되는 금융기관인지와 그에 맞는 적절한 운용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초기에 많은 연금을 받고 이후에 적게 받는 경우 초기의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초기에 적게 받고 앞으로 많은 금액을 받기 원한다면 앞선 경우보다 공격적인 운용도 가능하다.
자신의 중장기 생활모습을 그려보고 연금인출방법과 그에 맞는 적합한 운용방법을 고민해보자. 지금은 연금도 맞춤형으로 활용이 가능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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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